FIFA,남북대결대응은‘레드카드’

입력 2008-03-14 09: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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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북한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 아시아지역 3차 예선 남북 대결에서 국제 협약이 온전히 지켜질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있었을까.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을 국가적인 관점으로 규정해 문제를 야기한다. 국가 간 축구경기에서 각국의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는 연주돼야 하며 페어플레이가 우선시돼야 한다. 총포가 멈춘 지 반세기도 넘었지만 그 평화는 FIFA가 이해하기엔 너무 깨지기 쉬운 상태다. 축구는 음악 못지않게 힘이 세다. 그래서 지구상의 어떤 이념적인 차이도 뛰어 넘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생각을 밀고 나갈 시점은 아닌 것 같다. FIFA는 순진하게도 평양 원정경기에 한국 국기를 갖고 가지 말라고 한국에 제안했다. 이는 명백히 주권의 부정이다. 마찬가지로 북한은 승자 독식의 스포츠 경기에서 양국 국기를 게양할 만큼 안정적인 사회가 아니다. 남북의 스포츠 교류는 좋은 일이다. FIFA에 경기 당사국에 국기와 국가 연주를 포기하도록 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난 1966년 내 조국 땅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이기는 것을 지켜봤다.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현장에서 취재하며 감명도 받았다. 그러나 그때 느꼈던 기쁨은 바로 반감됐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은 경기장에 갈 수 있는데 오직 북한 주민들만은 갈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1990년 평양에서 열린 통일축구 경기, 북한 대표 선수들의 여러 차례의 남한 방문, 지난해 대한축구협회에 의해 이뤄진 북한 유소년 선수들의 남쪽에서의 훈련, 그리고 남북 선수들의 아리랑에 맞춘 행진. 이 모든 것은 좋은 징조였다. 지난달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당시 뉴욕 필하모닉은 평양에서 환영받았고 심지어 평양에서 미국 국가도 연주했다. 그런데 축구는 왜 안 된다는 것인가. 북-미 관계가 별로 좋지 않기는 하지만 어쨌든 북한은 미국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축구는 국가대항전의 성격을 가질 때 음악보다 훨씬 파장이 크다. 단순히 양국 국기를 게양하고 국가를 연주하는 문제가 아니다. 더 본질적으로 북한 사회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아직 자신의 땅에서 자국 팀이 100% 이길 것이라는 보장 없이는 경기를 치를 준비가 안 됐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 상하이에서의 대체 경기로 잃는 것이 있다. 홈 어드밴티지를 포기하는 것이고 박지성을 비롯한 해외파의 가세로 남한 팀의 전력이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양측이 모두 잃는 것도 있다. 한쪽 나라가 자국민 앞에서 홈경기를 치르지 못함으로써 양국은 완전히 대등한 조건에서 승부를 할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이 수치감은 견디기 어려울 것이고 양국의 관계 진전을 늦추게 될 것이다. 축구는 국경을 넘어설 수 있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정상적인 스포츠는 이뤄질 수 없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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