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예선남북전] 0대0…북한은뒤에서웃었다

입력 2008-03-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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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겨야할 경기를 비겨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지만, 북한은 의도한 대로 결과를 얻어냈다. 실익을 챙긴 셈이다. 북한은 예상대로 수비를 두텁게 하면서 역습작전을 들고 나왔다. 3-4-3 포메이션으로 나왔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최소 5명, 최대 7∼8명이 하프라인 밑에서 마치 성을 쌓듯 한국의 공격수들을 에워쌌다. 골을 얻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실점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또한, 정대세나 홍영조 문인국 등 스리톱을 활용, 역습 찬스에서는 위협적으로 태도가 돌변해 한국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예상대로의 작전이 그대로 적용된 결과였다. 북한이 이날 얻은 승점 1점은 조 2위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사실상 최종예선 진출이 확실한 팀. 따라서 북한은 2위로 티켓을 따내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이었을 것이다. 승점 3점이 최대 목표였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비겨서 승점 1점을 챙겨도 밑질 것이 없었다. 북한은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릴 때부터 이같은 전략의 단면을 보여줬다. 박철진 이준일 이광천이 ‘스리백’으로 자리잡고, 한성철 안영학 김영준 남성철이 허리를 형성했다. 스트라이커 정대세를 중심으로 좌우로 홍영조와 문인국이 공격진으로 나섰다. 그러나 한국이 공을 잡기만하면 중원의 양쪽 날개인 한성철 남성철은 뒤로 처졌고, 안영학과 김영준 까지 수비진에 가세했다. 이들은 마치 씨줄과 날줄 처럼 정교하게 수비망을 짜놓고 긴밀한 공조수비를 펼쳤다. 특히 ‘산소탱크’ 박지성이 공을 잡으면 2∼3명이 동시에 에워쌌다. 한국은 공격의 ‘산소 공급’이 차단되면서 효과적인 공격루트를 찾지 못했다. 반면 북한 공격수의 개개인의 능력은 예상 보다는 훨씬 강했다. 정대세는 물론이고 홍영조의 돌파력과 지능적인 플레이는 우리 수비가 조금만 방심했다면 크게 당할 뻔 했을 정도로 파괴력이 돋보였다. 한국의 전술적인 미스도 북한을 이롭게 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공격수들이 볼을 받지 못하자 미드필드 까지 내려와 볼을 받았는데, 이는 결국 공격의 비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또한 결국 볼이 공격수에게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 탓이 가장 큰데, 김남일의 부상은 물론이고 박지성 등이 볼배급이 시원스럽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은 북한과의 0-0 무승부로 일단 승점 4점(골득실 +4)을 확보했고, 골득실차에서 북한(+1점)에 앞서 조 1위를 지켰지만 결코 유쾌하지 않은 승점이다. 상하이(중국)= 윤태석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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