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의야구속야구]세이브투수의5가지조건

입력 2008-04-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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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승리의 마지막 열쇠를 쥐고 있는 마무리 투수들의 피말리는 경쟁이 시작됐다. 며칠 새 세이브를 기록한 선수가 있는가 하면, 동점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올라가 패전이 된 마무리 투수, 한 점 더 주면 역전하기 힘들어 마운드에 오른 구원 투수, 벤치의 믿음으로 어제 실수를 만회한 마무리 투수…. 앞으로도 여러 상황이 더 벌어지겠지만 시즌 개막부터 마무리 투수들의 수난이 시작됐다. 흔히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 한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듯 야구에도 차임벨 소리와 함께 시작할 때 던지는 선발투수와 승리로 끝을 낼 때 던지는 마무리(세이브) 투수가 있다. 선발투수야 로테이션 형식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자신이 던지는 날짜에 맞추어 체력을 관리하고 상대 전력분석만 잘하면 되지만 세이브 투수는 매일 대기해야 하며, 체력과도 처절하게 싸워야 한다. 감독 유형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이브 투수부터 정해놓고 선발을 짜는 감독이 있는가 하면, 체력관리를 위해 야구장에 늦게 나오도록 배려하는 감독도 있고, 세이브 조건이 될 때까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감독도 있다. 그만큼 세이브 투수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훌륭한 마무리 투수를 보유한 팀은 성적을 담보할 뿐만 아니라 시즌 내내 기복없는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는 큰 강점이 있다. 만약 세이브 투수로 인해 몇 번씩 역전패를 당했다고 치자. 팀이 곤두박질치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선수들도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때면 불안과 부담감으로 플레이에서 실수가 연발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할 정도로 분위기는 삭막하다. 세이브 투수 당사자는 오죽할까. 감독들이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세이브 투수 조건을 따질 때는 거의 비슷한 시각에서 본다. 5가지로 간추려 본다면 첫째 볼 스피드, 둘째 제구력, 셋째 변화구 구사능력, 넷째 지칠 줄 모르는 체력, 다섯째 대담성과 승부근성이다. 현재 세이브 투수 중 4가지 이상 갖춘 선수가 과연 몇이나 될까? 팬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세이브 투수가 이 중 몇 개를 갖춘 선수인지 한 번쯤 생각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4가지 이상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면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다. 만약 투수에게 선발과 세이브 보직에 대한 선택권을 준다면 야구에서 세이브란 보직은 아마 없을 것이다. 누가 이렇게 힘들고 외롭고 인내심이 필요한 보직을 스스로 선택하겠는가. 필자도 투수코치 시절에 선발투수를 마무리로 보직 변경할 때면 자존심이라는 것을 집에 두고 운동장에 나갔다. 선수를 설득해야 했고, 선수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었으니까. 그 어떤 일에도 마무리가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감독에게 세이브 투수란 ‘확실한 믿음’이요 ‘마지막 희망’이다.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감독 첫해 외풍 때문에 키를 놓았지만 뚝심과 저력은 그대로다. 언젠가 다시 키를 잡겠지만 맞바람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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