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복귀부담감에컨트롤흔들려

입력 2008-04-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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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선우(30)와 KIA 최희섭(29). 고려대 선후배 사이이자, 한때 똑같이 태평양 너머 ‘꿈의 무대’에서 장밋빛 내일을 설계하던 한국야구의 대들보들이다. 물론 메이저리그 경력만 놓고 보자면 최희섭이 한 수 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란히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두 사람의 처지는 굳이 누가 앞서고, 누가 뒤처진다고 말할 수 없는 처지다. 그저 소속팀이 다르고, 투수와 타자라는 차이가 이들에게 숙명적인 대결을 재촉하고 있을 따름이다. 2일 광주구장에서 마침내 두 사람이 맞붙었다. 국내무대 첫 공식 대결. 과거 메이저리그 시절에는 김선우를 상대로 최희섭이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얄궂게도 최희섭은 정규시즌 개막 이후 이날 경기 전까지 11타석에서 삼진만 4개를 먹고 안타 한개, 볼넷 한개도 얻지 못한 채 ‘빵’만 팔고 있었다. 게다가 KIA는 개막 3연패의 부진에서 헤매고 있었다. 김선우 역시 첫 등판이라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더욱이 비록 적으로 재회했지만, 한때 메이저리그를 함께 누볐던 동갑내기 친구인 KIA 서재응도 전날 6이닝 1실점으로 역투하고도 패전을 기록한 뒤였다. 김선우도 서재응처럼 1회 고비를 넘는데 실패했다. 지난달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때와 시범경기에서처럼 직구 위주의 단조로운 피칭이 화근이었다. 부담감 때문인지 컨트롤도 흔들렸다. 첫 두타자 이용규와 이종범을 범타로 돌려세운 장면까지는 좋았지만 이현곤과 장성호를 각각 좌전안타와 볼넷으로 내보낸 뒤 최희섭을 만났다. 초구에 시속 147km짜리 밋밋한 직구를 가운데로 던졌는데 최희섭은 힘들이지 않고 툭 밀어쳤고 좌전적시타로 연결됐다. 최희섭으로선 부진 탓에 4번에서 5번으로 밀린 아쉬움을 씻는 한방이었다. 흔들린 김선우는 다음타자 나지완 타석에서 연거푸 폭투 2개를 내며 추가 실점까지 했다. 4회에도 김선우는 2사 후 고졸신인 김선빈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한 뒤 스스로 무너졌다. 김선빈의 도루에 이어 본인의 폭투가 이어졌고, 결국 이종범과 이현곤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았다. 모두 직구 승부였다. 이뿐이었다. 5회부터는 대졸신인 고창성에게 공을 넘겼다. 최희섭과는 2타수 1안타 1타점, 이날 허용한 7개의 안타중 6개가 직구, 한개가 커브였다. 총 투구수 71개중 직구 50개, 커브 10개, 슬라이더 10개, 체인지업 1개로 역시 단조로운 피칭 패턴이 확인된다. 씁쓸하게 마운드를 내려온 김선우는 “국내 복귀 첫 등판이라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다음 등판 때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안타까운 한마디 만을 남겼다. 광주=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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