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훈의감독읽기]퍼거슨의‘금주령’리더십

입력 2008-04-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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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축구 최고의 명장은 누구일까? 구구절절하게 여러 사람들의 이름을 늘어놓느니 딱 한사람을 떠올리며 이야기해보자. 알렉스 퍼거슨은 1986년 11월 6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감독 계약을 했다. 그가 부임해 가장 먼저 한 것은 무엇일까? 당시 팀 주전들의 음주습관은 심각한 수위였다. 게다가 맥주 살이 붙어 몸이 점점 호빵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퍼거슨이 제일 먼저 한 것은 선수들이 맥주를 그만 마시도록 하기 위해 벌금을 크게 올린 것이었다. 계약 후 첫 시즌에서 맨유의 성적은 11위였다. 맨유는 리그 우승을 위해 1986년부터 1993년까지, 무려 7년간을 기다렸다. 퍼거슨은 현존하는 감독 중 최고라는 칭호를 받는다. 그런 그가 리그 우승까지 7년을 기다려야 했다. 심지어 1993년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갈라타사라이에게 한수 배우기까지 했다. 팀을 하나 완성하기 위해 7년의 세월을 필요로 한다면 그가 명장일까? 그가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1986년부터 1993년까지의 7년 때문이 아니다. 그가 위대한 감독의 반열에 오른 까닭은 7년간 빚어놓은 맨유라는 작품이 1993, 1994, 1996, 1997, 1999, 2000, 2001, 2003, 2007년까지 모두 9번의 리그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퍼거슨이 10년, 20년을 위대한 감독으로 남아있기 위해 맨유에서 발휘한 첫 번째 리더십은 ‘금주령’이었다. 이 얼마나 간단하며 명쾌한 해답인가. 하지만 여전히 그치지 않는 맨유 선수들의 난잡한 파티 뒷이야기를 듣다보면 여전히 ‘술’과 싸움을 벌여야 하는 퍼거슨 감독의 심정이 딱할 뿐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을 줄줄이 바꾸며 대표팀의 전력을 높이려고 시도했다. 사실 최근 중국 충칭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남자대표팀(감독 허정무)은 당연한 우승 후보였고, 당연히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 전 대회, 그것도 자국에서 개최한 대회에서는 우승은 커녕 최하위의 수모를 겪었다. 당시 감독 본프레레는 결국 사임했다. 그렇다면 허정무 감독과 본프레레 감독의 사이엔 어떤 차이가 존재할까? 그 해답은 퍼거슨의 코멘트에서 찾을 수 있다. 퍼거슨은 언론의 비난에 대해 늘 이렇게 불평하곤 했다고 한다. ‘저 사람들은 내가 하는 일의 30%만 가지고 날 평가하려고 들이 대는군.’ 감독이 하는 30%의 일이 과학의 몫이라면 감독이 하는 70%의 일은 예술이다. 퍼거슨도 술에 절어서 맥주병이 된 맨유 선수들을 데리고는 리그 우승은 커녕 운동장 두 바퀴도 돌지 못했을 것이다. 70%의 예술의 몫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부장 하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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