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자제”…누구를위한경기인가

입력 2008-04-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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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열띤 응원을 자제하라?’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남자배구 플레이오프 3차전이 벌어진 6일 오후 인천도원시립체육관. 경기감독관이 관중석의 팬들에게 응원 피켓을 내려달라고 손수(?) 요청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벌어졌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인천에서 대한항공을 만나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정규리그에서 3번 만나 모두 졌고, 3일 PO 1차전에서도 0-3으로 완패했다. 본부석 오른편 원정 응원석을 가득메운 현대 응원단은 이날 만큼은 대한항공의 기에 눌리지 않겠다는 듯 다양한 문구의 응원 피켓을 동원했다. 현대캐피탈 응원석에는 ‘이제부터 현대쇼의 시작이다.’, ‘챔피언은 아무나하나’, ‘4년 연속 1순위 별볼일없네’ 등의 응원 피켓이 걸렸다. 프로배구 출범 직전 해부터 2006-2007 시즌까지 4년 연속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한 대한항공을 비꼬는 말이었다. 이에 질세라 맞은편 대한항공 응원석에 ‘4년 연속 1순위 맛좀봐라’는 피켓이 걸리자, 경기 직전 두 팀 응원석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뜨거운 응원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어처구니없게도 리그의 주최자인 한국배구연맹(KOVO)이었다. 황승언 경기감독관은 마이크를 통해 “현대캐피탈의 응원 문구는 상대 선수를 비하하는 내용이므로 내려달라”고 정식 요청했다. 현대 응원석이 술렁이자 장내 아나운서가 거들고 나섰다. 장내 아나운서는 “배구계의 원로이자 인생 선배님의 말씀입니다. 피켓을 내려주세요”라고 재차 요청했다. 결국 팬들은 의자 밑으로 피켓을 내려야했다. ‘팬’들의 자유로운 응원을 막은 이날 경기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인천|윤태석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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