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변화구처럼살았지만해설만은오로지직口”

입력 2008-04-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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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얘기라면 하고 싶어요.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 조성민(35)은 달을 가리키는데 대중은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었던 것 아닐까. 이제 사람들이 듣고 싶은 조성민이 아니라 조성민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어줄 시점이 되지 않았을까. 공을 던지다가 말(言)을 던지는 직업으로 변신한 조성민 MBC-ESPN 해설위원과 지난 8일 그의 첫 일본야구 해설 데뷔전 직전 1시간 가량 얘기를 나눴다. 그는 달변이었지만 만나고 보니 그의 메시지는 딱 한마디로 정리됐다. “조성민은 야구인이다.” (인터뷰는 그의 육성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진행했다.) ○ MBC-ESPN 복귀는 의리 은퇴하면 해설 제의가 있을 거란 예상은 했어요. 비즈니스든 어떤 식이든 야구를 떠날 생각은 없었지만, 막상 제의가 오니 망설여지더군요. MBC-ESPN과 SBS스포츠가 일본야구 중계권을 갖고 있는데 전부 제의가 왔어요. MBC-ESPN을 선택한 이유는 의리 때문이었어요. 2005년 갈 곳 없을 때 해설 자리를 마련해줬던 곳이었고. 당시 두 달 반만 하다가 한화에 스카웃됐지요. 계약 위반이었지만 아무 조건없이 보내줬어요. 그때 “다시 오겠습니다”라고 구두 약속을 하고 떠났는데, 지켜야 되겠단 생각이었어요. ○ 조성민 해설은 까칠하다? 해설은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존재하니까, 듣기 좋은 말로 두루뭉실 넘기는 게 아니라 안 좋으면 왜 안 좋은지를 지적하는 것이 해설의 의무라 생각해요. 제 해설을 통해 선수들이 조금이나마 의식에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일각에서 불편해 하신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하지만 할 수 없죠. 예의는 갖춰야겠지만 비판 없이 발전 없잖아요. 지금까지 제 지적에 실수가 있었다고 후회한 적은 없어요. 해설이 끝나면 반응을 살피러 인터넷 접속도 해봐요. 초반이라 의식 안 할 수 없어요. 수긍할 말도 있지만 비방이 많죠. 나만 이렇게 욕을 얻어먹나 해서 다른 방송사 게시판도 들어가 봤다니까요. 거기서도 해설자는 욕을 먹고 있더만요.(웃음) 이젠 의식 안 하려고 해요. ○ 조성민 해설은 투수 위주? 투수하던 놈이 타자 얘기 하냐고 하겠지만 일본에서 야구할 때 나도 타자고, 주자였어요. 대충 한 적 없었어요. 또 투수는 던지면서 우리팀 수비 상태까지 생각하면서 던집니다. 야수를 의식 안 할 수 없죠. 해설하면서 제일 힘든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3연전의 3번째 경기에요. 성의 없어서가 아니라 이날은 재탕하는 느낌이 안 들 수가 없어요. 그래서 되도록 투수 얘기를 더 많이 준비해요. ○ 조성민 해설은 편파적이다? 제가 한화에 있었다고 편들고 싶은 마음 전혀 없어요. 다만 4일 한화-KIA전은 은퇴한 후 첫 한화전 해설이었잖아요. 당시 한화가 개막 5연패 중이었고, 네거티브하게 가고 싶지 않더라고요. 인간적으로. 응원은 아니지만, 중립이지만, 그날 만큼은 그랬어요. ○ 요미우리 선수에서 해설자로 이승엽 경기는 일단 편할 것 같아요. 요미우리 위주로 가도 편파라 뭐랄 사람도 없고(웃음). 또 요미우리는 있었던 팀이라 애정도 있고. 그곳에서 제 야구 인생의 전성기가 있었고. 먼저 뛴 경험자로서 일본야구의 분위기나 외국에서 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전달해주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이승엽은 지금 누가 뭐래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팀에 미안하고, 힘들 겁니다. 일본에 처음 갔을 때는 히라가나도 모르고 갔는데 구와타, 오카지마, 기요하라 등 그때 요미우리 선수들이 챙겨줬어요. 주위에 한국인이 없다보니 생존을 위해서도 배워야 했고. 가라오케에서 일본 노래를 외워가면서 발음과 한자를 익혔어요. 돌이켜 보면 야구 경험 뿐 아니라 일본어란 재산을 얻은 시간이었네요. ○ 선수 생활, 이젠 미련없다 더 길게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정말 미련없어요. 제 목표는 1군 마운드에서 공 1개라도 던져보는 것이었으니 여한 없어요. 모두에게 ‘조성민이 야구선수구나’라고 심어주고 은퇴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공백기가 길다보니 야구가 힘들더라고요. 어깨 수술도 받았고.구속이 140km만 나와도 저도 (박)찬호 처럼 계속 했겠죠. 2007시즌 끝나고 플레이오프 들어갔을 때 마음을 정리했어요. 시즌 끝나면 선수들을 치잖아요. 내가 빨리 결정해줘야 젊은 선수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들었어요. 해설위원은 1년마다 계약이 갱신돼요. 야구와 연관된 일은 계속 할 겁니다. 해설 이외 시간은 비즈니스 준비를 하고 있어요. 유소년 야구와 사회인 야구 저변을 확대하는 방향의 사업입니다. -조성민 Profile 고려대 재학 시절 박찬호(LA 다저스), 임선동(은퇴), 박재홍(SK)과 더불어 ‘황금의 92학번’의 일원. 1996년 파격적인 8년 계약으로 요미우리 입단. 이후 2002년까지 53경기 등판, 11승 10패 11세이브 방어율 2.84의 통산 성적. 1998년 선발로 전반기에만 7승, 방어율 1위 성적을 남기며 올스타에 선정. 이후 사업과 신상 문제로 야구계를 떠나 있다 2005년 MBC-ESPN 해설자로 야구계 복귀. 2005년 김인식 감독의 권유로 한화 입단, 2007년 은퇴(통산 성적은 35경기 3승 4패 4홀드 방어율 5.09). 2008년 MBC-ESPN 야구 해설위원으로 컴백.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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