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지명타자새출발…미운오리날다

입력 2008-04-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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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두산 감독은 10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포수 홍성흔을 소재로 취재진과 짧지 않은 이야기를 나눴다. 후배 채상병에게 주전 포수 자리를 내준 홍성흔이 지난 겨울 김 감독의 포지션 변경 지시를 수용하지 않고, 끝내 트레이드까지 자청했던 상황과 관련된 대화였다. 김 감독은 “성흔이가 직접 집으로 찾아와 사과했으니 남자답게 (앙금을) 풀어야하는 것도 당연하고, 성흔이한테 포수에 대한 미련을 접고 지명타자로 전향할 것을 내가 왜 요구했는지도 확인됐으니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사실 처음에는 나 혼자 욕을 먹으려고 했다. 팬들이 봤을 때는 성흔이가 프랜차이즈 스타이고, 성흔이 역시 FA를 앞두고 여러 가지 생각이 있었을 테니…. 나도 포수를 해봐서 그 마음을 다 안다. 그러나 성흔이는 이제 스로잉(2루 송구)이 예전 같지 않다. 그렇다면 타격에 재능이 있는 만큼 지명타자를 맡아 타격에만 전념하는 게 본인에게도, 팀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재차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어 “이만수를 제외하고는 성흔이가 포수 중에서는 통산타율이 가장 높을 것이다. 포수를 맡아서도 2할7푼대는 칠 수 있는 선수지만 지명타자로 나서면 2할9푼대 이상이 가능하다”고 홍성흔의 타격 재능에 대해 거듭 기대감을 나타냈다. 당초 계획보다 이틀 이상 앞당겨 6일 문학 SK전에 맞춰 1군으로 불러올리고, 또 2경기 연속 포수로 선발출장시킨 이유 역시 홍성흔의 배팅 능력과 더불어 사기를 살려주기 위한 결정이었음을 내비쳤다. 10분여에 걸친 대화를 마무리하면서 김 감독은 한가지를 당부했다. 그는 “당분간 성흔이를 그대로 놓아두면 좋겠다. 아직 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테니 혼자서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성흔에 대한 배려로 받아들여졌다. 6일과 8일 연속으로 포수 마스크를 썼던 홍성흔은 9∼10일 이틀간은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했다. 지명타자 첫날은 낯설어서인지 4타수 무안타에 삼진만 2개를 당했지만 10일에는 0-0이던 3회 2사만루서 우익수쪽으로 깊숙한 3타점 3루타를 터뜨리는 등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김 감독의 진심이 통했을 수도 있고, 한차례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 홍성흔이 더욱 단단해진 결과일 수도 있는 활약이었다. 잠실|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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