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스포츠현장]“오조준했더니신궁의‘X-텐’…유후!”

입력 2008-04-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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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녕씨 되시죠? 스포츠동아입니다. 역대 최고의 스포츠스타는 누구….” 창간기념 설문, 수 십 명에게 반복 재생을 하다보니 테이프가 늘어진다. “질문 자체가 잘못됐어요. 프로선수들 중심이잖아요. 아마에도 훌륭한 선수들이 많은데…. 저는 대답 못하겠습니다.” 정신이 번쩍 든다.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식사 한 번 하시죠.” 그렇게 신궁을 만났다. “오조준이라고 아시죠? 바람의 방향을 고려해서 조준하는 거. 10점을 쏘기 위해 8점을 겨냥할 때가 있어요.” 귀가 쫑긋. “손에 풍향계가 달린 것도 아닌데 어떻게 조준할 곳을 정확히 알 수 있죠?” 답답한 표정,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해본 사람만 알아요.” 알고 싶다. 그 느낌. ○ 당기기도 힘드실 텐데… D-1일.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여자 대표팀 문형철(50)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냥 편하게 오세요.” 대충 하시려나? 제대로 배우고 싶은데…. ‘4차원 궁사’ 곽예지(16)에게도 물었다. “활의 각 부분 이름은 아세요? 일단 인터넷 검색해서 다 알아 오세요.” 다음날, 양궁장. “당기기도 힘드실 텐데….” 남자 대표팀 전인수(43) 코치의 첫인사다. “저도 힘이 약한 편은 아닌데요.” 살짝 받아쳤다. ○ 이제 양궁 선수 같네 빨리 당겨보고 싶지만 준비할 것들이 많다. 쿨맥스(Coolmax)라는 첨단 소재로 만든 유니폼. 예민한 운동이라 땀 한 방울도 빨리 배출되어야 한다. 다음에는 암가드(Arm Guard). 팔을 보호한다. “현을 퉁기면 활을 지지하는 왼팔에 생채기가 나기도 한다”고 했다. 다음에는 체스트 가드(Chest Guard). 웃옷을 고정시켰다. 옷이 바람에 펄럭여 현에 닿는 것을 막아준다. 핑거탭(Finger Tab). 손가락을 보호하는 동시에 현이 잘 떨어지도록 손에 착용한다. 화살통까지 허리에 맸다. “이제 좀 양궁 선수 같네.” 문 감독의 흐뭇한 미소. “전 코치, 남는 활 있어?”, “있기는 한데, 그게 44파운드짜리라서….” 남자대표팀의 막내 김재형(18)이 활을 바꿨다. 이전까지 쓰던 활이 마침 휴식 중. “초보자가 쓰기에는 쉽지 않은 활”이라고 했다. 모든 활은 당기는 힘이 다르다. 강한 활은 화살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체공시간이 짧고,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 유리하다. 하지만 무작정 강한 활을 썼다가는 몸이 견디지 못한다. 여자 선수들은 보통 40∼44파운드, 남자 선수들은 44∼50파운드 짜리를 쓴다. 44파운드면 무려 20kg의 힘으로 활을 당겨야 한다. ○ 활은 내 몸의 일부분 사전 교육 시작. “화살을 끼우지 않고 쏘면 안돼요.” 총알을 장전하지 않고 총을 쏘면 공이(뇌관을 때리는 장치)가 상할 수 있는 것과 같다. 활은 예민해서 큰 진동에 손상되기 쉽다. “활은 들어올리는 순간 내 몸의 일부분이죠. 소중하게 다뤄야 합니다.” 발을 어깨 넓이만큼 벌리고 편한 자세로 섰다. 스퀘어 스탠스다. 드디어 당겨볼 차례. “어깨 아래로 팔꿈치가 내려가면 안돼요. 팔을 크게 벌린다는 느낌으로.” 모든 운동의 기본은 힘을 빼는 것이라지만 영원히 이해 못 할 숙제다. 힘을 빼면 못 당긴다. 힘을 주고 있자니 부들부들. 현을 당긴 상태에서 5초를 버티기도 버겁다. 몇 번 하고서야 요령이 생겼다. 활을 당길 때 몸의 중심을 앞에서 뒤로 이동시키니 힘이 덜 든다. “그렇지. 활은 온 몸으로 쏘는 거예요.” 이번에는 화살을 끼웠다. 화살 뒷부분의 홈을 현 가운데의 노킹 포인트(Knocking Point)에 맞물린다. 발사하는 순간 화살 깃이 활에 닿지 않도록 화살 방향도 잘 조절해야 한다. 화살촉 부분은 쿠션 플런저(Cushion Plunger)라는 부분에 올려놓는다. 화살은 직선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다. 처음 15m가량은 물고기처럼 흔들린다. 손가락이 현과 화살에 미세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을 패러독스현상이라고 한다. 쿠션 플런저는 화살을 잡아줘 패러독스를 최소화 시킨다. ○ 오조준 해도 되죠? 선수들이 서 있는 사선 쪽으로 향했다. “어디가요?”, “이제 표적에 한번 쏴보자고 하셔서….”, “70m에서 쏜다고? 허허.” 다시 끌려왔다. 문 감독이 ‘7m’쯤 떨어진 곳에 표적을 세웠다. “표적 정중앙을 조준하고 쏴보세요.” 하늘 방향으로 활을 크게 당긴 다음에야 조준이 가능하다. 발사까지 3∼4초의 시간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이 아니다. 힘이 빠진다. 막상 조준을 하면 흔들흔들. 시간이 지체될수록 진폭은 더 커진다. 첫발이니까 일단 한 번 쏴보자. 8점이다. 활이 흔들리기 전에 쏘는 것이 낫다. 조준하는 시간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또 8점. 모두 1시 방향이다. 문 감독이 조준기를 만져준다. 영점 사격처럼 활의 겨냥점을 옮길 수 있다. 이번에는 9점. 점점 나아지고 있기는 한데 계속 1∼2시 방향이다. 김수녕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감독님, 저 오조준 한 번 해보겠습니다.” 오른쪽으로 심한 바람이 분다고 생각하자. 8시 방향 8점을 겨냥했다. “획.” 표적을 살폈다. 탄착군과 떨어져 있는 단 하나의 화살. 10점! 그것도 ‘X-텐’이다. 내가 소질이 있나? 하지만 그 다음에는 다시금 8점, 8점이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약속된 12발을 모두 쐈다. 욕심이 났다. “감독님 저도 70m에서 딱 한 번만….” 윤옥희(23), 곽예지와 나란히 섰다. “휙.” 화살이 나가는 소리는 났는데 과녁에 꽂히는 소리가 없다. “제 화살 보셨어요?” 모두들 고개만 절레절레. 아마 지금도 계속 날아가고 있을지도~. 태릉=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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