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km…무서운괴물,무섭게자랐다

입력 2008-04-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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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7이닝1실점시즌3승김광현
○ 2007년 4월 10일 문학구장 SK 구단 사상 최고 계약금(5억원)을 받은 김광현의 프로 데뷔전이 이뤄졌다. SK의 홈 개막전에 선발로 낙점되는 파격이었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 치러진 데뷔전에서 김광현은 4이닝 8피안타 3실점으로 무너졌다. 안산공고 3년 동안 단 1개도 맞지 않았다던 홈런을 양준혁에게 얻어맞았다. 결국 김성근 감독은 66구만 던진 상태에서 김광현을 내렸다. “4회까지 버틴 것만 해도 다행”이란 냉정한 평가와 함께. 이후 김광현은 삭발까지 감행하며 오기를 부려봤지만 5월까지 단 1승밖에 올리지 못하다 2군으로 떨어졌다.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김광현은 한국시리즈와 코나미컵, 베이징올림픽 예선전을 통해 대한민국 에이스로 떠올랐지만 단기전이 아닌 풀 시즌에서 구위가 유지될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었다. ○ 2008년 4월 15일 다시 문학구장 ‘놀랍게도’ 김광현은 이전까지 홈인 문학구장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작년 4월 28일 LG전부터 6연패 중이었다. LG 좌완 봉중근과의 맞대결에서 3번을 전부 패하는 등, 투구 내용이 나쁘지 않았는데도 유독 그만 등판하면 타선이 침묵했고, 상대 투수가 더 잘 던졌다. 15일 삼성전에서도 SK의 타선은 5회까지 이상목에게 단 1안타로 막혔다. 그러나 김광현은 1회 1사 1,3루 3회 1사 만루를 거듭 넘기며 버텨냈다. 드디어 SK 타선도 6,7회 연속 2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가져왔다. 특히 나주환은 6회 선두타자 2루타에 이은 득점, 7회 쐐기 2타점 3루타로 김광현의 시즌 3승 도우미가 됐다. 김광현은 문학구장 전광판에 직구 최고 구속 154km를 찍었지만 완급능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란 관록이 더 돋보였다. 7회 심광호에게 홈런을 맞았으나 삼진 6개 포함해 5피안타 3볼넷 1실점투로 시즌 3승째를 수확했다. 벌써 작년 개인승수와 타이(3승 7패)를 이뤘고, 롯데 송승준과 더불어 다승 공동 1위다. ○ “뭐가 달라졌냐고? 마음가짐이요” 작년엔 어딘가 주눅 들어 있었는데 싹 사라졌다. 작년 미디어데이 때 “(류)현진이 형은 단순하다”고 했던 거침없는 언변이 살아 돌아왔다. 야구가 잘 되니 활기도 되찾은 셈이다. 김광현은 “위기 상황에서 심정수 선배 상대로 겨울 내내 연마한 체인지업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양준혁, 박한이 선배 등 삼성 왼손타자는 몸쪽 직구로 공략했다”라고 승인을 자평했다. 이어 김광현은 “결과가 아니라 내가 좋아야 좋은 느낌이 있는데 오늘이 그랬다. 예전 승리가 20∼30라면 이번은 50점으로 올라갔다. 점점 나아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승수 대신 200이닝 투구를 목표로 선언한 김광현은 “한국시리즈, 코나미컵을 거치며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1승, 2승 쌓이다 보니 자신감이 더해간다. 내가 왜 이렇게 못 던졌고, 타자에게 위축됐는지 모르겠다. 집중해서 세게 던질 뿐”이라고 했다. 김광현에게 “15승하면 200이닝을 채워주겠다”고 약속한 김성근 감독은 “경기가 거듭될수록 차분해지는 것 같다. 던질수록 위기관리 능력이 좋아지고 있다”고 호평했다. 김상진 투수코치 역시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경기 운영의 맛까지 생겼다”라고 평했다. 문학=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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