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후세인…아참,조폭골프아니?

입력 2008-04-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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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타짜골프나갔다죽는줄알았어”
언니들의 유쾌한 수다 얼짱캐디 :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기를 정말 좋아해. 내기가 시작되면 눈에 빛이 나면서 샷이 달라지는 것 같지 않아? 왕언니 : 고스톱을 쳐서 돈을 잃으면 괜찮은데, 골프 쳐서 돈을 잃으면 잠을 못 잔다잖아. 아마 골프장에 오시는 고객들 중에 작은 돈이라도 걸고 내기 안하는 팀은 거의 없을거야. 얼짱캐디 : 요즘 손님들이 제일 많이 하는 내기가 뭐지? 들잔디 소녀 : 기본이 스킨스, 라스베가스, 스트로크, 후세인, OECD, 하이로, 딩동댕, 친구, 울프, 모기장 등등 진짜 많아. 그런데 조폭 골프 알아? 황당하더라. 얼짱캐디 : 얼마 전 우리 팀이 조폭 골프라는 내기를 하는데 점 만원짜리에 한 명이 거의 싹쓸이를 하더라. 스킨스 하면서 더블 치면 전홀에 딴 돈을 다 토해내고, 버디해서 한 명을 지목하면 그동안 딴 돈을 다 토해내던데. 들잔디 소녀 : 난 어제 네 분이 무난히 80대 후반에 90대 초반 정도 치시는 분들이어서 참 편하겠다 싶었는데, 스트로크에 스킨스, OECD까지 무려 3가지를 짬뽕해서 내기를 하시고는 스코어에 돈 계산까지 나에게 맡기는 거야. OECD는 매 샷마다 오비(O)가 났나, 벙커(E)에 들어갔나, 스리퍼팅(C)했나, 더블보기(D)했나를 하나 하나 네 분 모두 살펴야 하니 온 신경이 바짝 긴장되긴 하지만 오히려 실수는 없는 것 같아. 왕언니 : 그건 그래. 난 몇 년 전에 대단한 내기 팀과 함께 나간 적이 있었어. 한겨울에 하루 내장객 열 팀 내외일 땐데 그날따라 너무 추워서 라운드를 하려고 오셨던 분들도 취소를 할 정도였어. 나도 대기 끊고 집에 가려는데 갑자기 한 팀이 오시는 거야. 그래서 백을 받았는데 백 4개가 다 완전 프로들의 백인거야. 클럽도 얼마나 쳤는지 헤드가 뺀질뺀질 할 정도였어. 티잉 그라운드로 내려갔더니 고객들은 벌써 나와 계시는데 옷차림이 이미 라운드를 하고 오신 것 같았어.한 분이 조용히 말씀하시길 “언니야 우리 18홀 하고 연장전 하러 온거야. 암말 말고 볼만 잘 보면 된다” 이러시는거야. 들잔디 소녀 : 어머, 정말 긴장됐겠다. 왕언니 : 응, 직감적으로 보통 내기팀이 아닌 건 알겠는데 네 분 모두 스타일이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준엄, 공포 그 자체였어. 첫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한 분이 OB를 냈는데 OB티에서 치시는게 아니라 티잉그라운드에서 세 번까지 다시 치시더라고. 내가 나가서 치시라고 하려는데 제일 나이 많으신 분이 먼저 “우린 홀에 들어갈 때까지다”하시는 거야. 얼짱캐디 : OB티도 이용 안하시고 계속 티샷을 다시 하셨다고? 정말 대단하다. 왕언니 : 그래서 첫 홀에 한 분은 +10, 보기, 파, 파를 하셨어. 그리고는 네 분이 그린 뒤쪽 구석에 가서 둥그렇게 모여 지갑을 꺼내는데 흰 수표가 왔다갔다 하는거야. 그런데 문제는 6번째 홀에서 일어났어. 네 분 중 가장 젊은(30대 후반)고객이 친 볼이 OB방향으로 가서는 한 번 튀었는데 볼을 아무도 못 본거야. 순간 아찔했지. 얼짱캐디 : 어머, 그래서 어떻게 했어? 왕언니 : 네 분이 동시에 날 쳐다보시는데 “고객님 가서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씀드리고는 볼 떨어진 주변에 가서 볼을 찾는데 모두 자기 볼 칠 생각은 안 하고 OB가 난 근처에서 볼을 찾는거야. 한 5분 이상 찾아도 못 찾았는데, 그 분이 갑자기 볼하고 드라이버를 달라고 하시더니 결국 티에 가서 다시 치고 오셨어. 얼짱캐디 : 분위기 정말 험악했겠다. 왕언니 : 그때부터 팀 분위기가 엄청나게 싸늘해졌어. 다들 눈으로 말을 해. 퍼팅 할 때도 다른 사람 샷 할 때도 말은 안하는데 계속 뚫어져라 쳐다만 보는거야. 정말 나 같아도 부담돼서 못칠 것 같아. 7번 홀에서도 제일 젊은 고객이 OB 두 방을 내고 그린 뒤쪽에서 계산을 길게 하고 오시더니 8번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언니 내 가방 싸라” 하시는 거야. 다음 홀이 9번 홀이니까 거기까지 가자고 말씀드렸는데, 아니라며 가방을 메고 걸어서 클럽하우스로 돌아가시는 거야. 들잔디 소녀 : 정말? 별일이다. 진짜. 왕언니 : 그래도 남은 일행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계속 치고, 13번 홀에서 한 분이 더 가방 메고 들어가셨어. 결국 두 분이서 18홀을 마치셨는데 끝인사 드리면서 여쭤봤어 “두 분 먼저 가셔서 어쩌죠?” 했더니 “돈 떨어졌는데 그럼 가야지. 언니는 맘 쓰지마, 괜찮아” 그러시는거야. 내 생각에 ‘아, 이분들이 진짜 내기골프를 치시는 분들이구나’ 했지. 달리 힘들거나 한 건 없었는데도 그날 근무하고 나서 얼마나 긴장했는지 이틀이나 끙끙 앓았어. 얼짱캐디 : 어휴, 암튼 내기는 부담이 없어야지. 돈 잃고 화내고, 특히 우리에게 짜증내고 그러면 정말 꼴불견이야. 김 현 수 골프장교육 전문업체 EMG에서 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캐디와 고객의 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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