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기대했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프로축구 FC 서울이 올 시즌 야심차게 영입한 키키 무삼파(31)의 실력은 세뇰 귀네슈 감독을 만족시키기에 확실히 부족했다.
16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성 하우젠컵 2008 3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 선발로 나선 무삼파는 미드필드 중앙에서 이승렬과 함께 90분 풀타임을 소화, 팀 플레이를 이끌었지만 임팩트를 주는데 실패했다. 결국 서울은 0-0으로 비겼고, 최근 홈 3경기 연속 무승(1무 2패)을 기록했다.
네덜란드 국적의 무삼파는 아약스 암스테르담과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프랑스 르 샹피오나 보르도 등 빅리그를 두루 거쳤으나 화려한 소문과 포장과는 달리, K리그의 빠른 템포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팀 합류가 늦은 탓인지 동료들과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 볼 키핑과 돌파력에선 안정감을 줬어도 패싱과 슈팅에선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무삼파가 공을 받으면 전체 템포와 밸런스가 흐트러졌다. 또 상대 수비와 경합 과정에서 자주 넘어졌고, 디펜스에도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수비 상황에서 확실한 볼처리도 부족했다.
내용이 좋지 못했다. 전반 9분 문전앞 프리킥 찬스를 얻었으나 무삼파의 발끝을 떠난 공은 인천 수비벽을 맞고 나왔고, 후반 15분 땅볼 중거리 슈팅을 때렸지만 골문을 한참 벗어났다. 후반 23분 3차례 연속 슈팅 상황서 무삼파는 회심의 마무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역시 인천 골키퍼 송유걸의 선방에 막혀 머리를 감싸쥐고 말았다. 무삼파가 실망스럽다보니 오히려 신들린 방어력을 보인 송유걸이 인상적이었다.
좌우 날개로 뛴 이을용(고명진)과 기성용은 무삼파의 느린 패스를 기다리느라 측면 공격을 이끌 수 없었다. 날카로운 킬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뚫어주는 대신, 자신이 직접 처리하려는 경향이 짙었다. 코너킥 등 세트 플레이도 정확도가 떨어졌다. 그나마 소득이 있다면 후반 초반 한 차례 보여준 수십 미터 중원 돌파. 그동안 K리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물론 한 경기만 놓고 평가하기는 무리다. 경기를 관전한 영국 출신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존 듀어든은 “과감한 돌파는 인상적이었으나 K리그의 거친 수비에 좀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상암=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