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프런티어]“3수하면‘평창올림픽’가능성높다”

입력 2008-04-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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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체육기자들은 1주일에 한번꼴로 e메일을 통해 ‘스포츠외교 칼럼’을 받아본다. 올림픽 관련 소식 뿐 아니라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의 동향 등 알찬 내용들이 담겨있다. 읽다보면 저절로 공부가 될 정도로 전문적이고, 광범위하다. 이 칼럼을 쓰는 주인공은 윤강로(52)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이다. 지난 주 그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6차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에서 공로훈장을 받았다. 이 상은 20년 이상 올림픽운동에 공을 세운 체육인을 대상으로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추천하고, ANOC 집행위원회가 심사해 결정하는데, 윤 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사진작가 김민제씨와 함께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받았다. 해외서 열리는 국제회의나 대회에 가면 늘 만나는 인물이 윤 원장이다. 영어, 불어, 스페인어에 능통하고 경험이 풍부한 그를 찾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스포츠외교관이라고나 할까. ‘총성없는 전쟁’(윤강로의 발로 뛴 스포츠외교)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스포츠외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수상 소감을 빼놓을 수 없다. 자화자찬이 될 수도 있어 되도록 짧게 부탁했다. “국내 모든 스포츠인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 그의 직함은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이다. 이름은 거창한데,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2월 초부터 국내 스포츠인들을 위해 스포츠외교 칼럼을 쓰고 있다. 현재 12회를 썼다. 국제스포츠계의 흐름을 꿰뚫어보는 시각을 조금이나마 키워주기 위해 시작했다. 대상은 체육기자, 교수, 경기단체 관계자 등 500명 정도이다. 그리고 국제스포츠 관련 국제회의의 자문을 맡고 있는데, 도움을 청하면 언제든 달려간다. 외국에서 강의도 가끔씩 한다. 또, 국내에서 특강도 하고, ‘국제스포츠 동향 및 정보’라는 책자도 발간해 무료 배포하고 있다. 앞으로는 전국의 체육학과가 있는 대학에서 스포츠외교 관련 강의를 하고 싶다.” ○국제 스포츠계에서 26년간 일했으면, 별명도 다양할 법하다. 특히 외국인들이 붙여준 별명이 궁금했다. “자랑 같지만, 김치를 올림픽 메뉴에 넣은 것을 잊을 수가 없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때이다. 대부분이 서양인들의 위한 식단이어서 동양인을 위한 균형된 식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그랬더니 어떤 음식이 좋겠냐고 묻기에 김치를 추천했다. 2002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때는 주방장에게 밥 뜸 들이는 것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Kimchee & Sticky Rice(김치와 쌀밥)’이다. ○20년 이상 스포츠외교를 했으니 재미있는 일도 많을 법하다. 제일 재미있는 딱 한가지만 요청했다. “올림픽 콘돔이라고 들어봤나. 94년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 때부터 도입됐는데, 호기심에 조직위에 들렀더니 여직원이 내게 몇 개를 쥐어주었다. 물론 이는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던 AIDS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조금 당황스러웠다. 신성한 올림픽에 이런 상품을 나눠주다니…. 문화적 충격이었다. 혹시 우리나라의 메달 전략에 이상이 생길까봐서 대회 본부에는 아예 얘기도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2000시드니올림픽 때는 대회 시작과 함께 10만개의 콘돔이 선수촌에 뿌려졌고, 추가로 40만개가 더 공수됐다고 한다. 속으로 생각했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이 이 얘기를 들었으면 기절초풍 하지 않았을까.’ 같은 동양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베이징에서도 이런 콘돔을 나눠줄까도 궁금하다.” ○윤원장은 IOC 평가위원과 2010년, 2014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국제사무총장을 지냈다. 두 번의 실패 경험이 있다. 3수를 할 수 있는 지, 그 가능성은 높은 지가 궁금했다. “지난해 2번 실패 후 몇 개월을 실의에 빠져 살았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베이징에 가서 올림픽 열기를 보면서 다시 마음을 추슬렀고, 2월에 연구원을 차려 일을 시작했다. 평창이 3수를 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IOC 위원이나 스포츠지도자, 외신기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신인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2003년 프라하에서는 세계 지도에 이름을 올렸다면, 2007년에는 크레딧(신인도)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유리할 뿐이지 된다는 보장은 없다.” ○국제사회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스포츠외교를 냉정히 평가해달라고 부탁했다. “IOC는 우리 사회가 스포츠와 정치가 너무 밀접되어 있다고 본다. 역대 스포츠계 수장처럼 스포츠 지도자들이 정치에 민감하면 IOC는 불안해한다. 그래서 정통 스포츠외교관을 키워야 한다. 예를 들면 해외 주요공관에 스포츠외교관이 있으면 어떨까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스포츠외교를 한단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을 듯 싶었다. “이제부터라도 스포츠외교 요원들을 육성해야 한다. 꼭 IOC 위원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심판이나 국제연맹 임원, 국제기구 직원 등 다방면에 걸쳐 인재를 육성해야하고, 그렇게 하다보면 IOC위원장도 나오지 않겠는가. 제안을 하자면, 국제회의가 있을 때 임원급만 가지 말고, 스포츠외교관을 양성한다는 차원에서 국고를 지원해서라도 실무자를 보낼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했으면 한다. 덧붙여 선수 출신들을 경기단체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서 전략적으로 육성하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훌륭한 스포츠외교관이 될 수 있을까.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국제스포츠 동향에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외국어 실력 배양에 게을리해서도 안되며,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덧붙여 마음을 열고 국제 무대를 바라보기를 바란다.” 윤강로 원장은...? -한국외국어대 영어과와 동시통역대학원(영-불 통역과) 출신으로 1982년 대한체육회에 입사. -1988년서울올림픽, 2002부산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의 한국선수단 섭외 겸 단장회의 대표를 지내는 등 한국 스포츠외교를 대변하는 국제통. -2001년 IOC 평가위원과 2010 및 2014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국제사무총장 역임. -현재는 KOC 위원과 국제스포츠외교 연구원장, 평산 스포츠박물관 운영. 최현길 기자 choih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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