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씽스페셜]브라운, KIA보약꿀∼꺽‘구사일생’

입력 2008-04-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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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패뒤퇴출위기서호랑이잡고생명연장…삼성시절데뷔초에도짐싸기직전첫승행운
이런 걸 두고 ‘호랑이 킬러’라고 불러야할까. LG 외국인투수 제이미 브라운이 또다시 KIA를 잡고 휘파람을 불었다. 그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동안 9안타를 맞았지만 2실점으로 막아 시즌 첫승을 기록했다. 브라운은 KIA만 보면 힘이 나고, KIA는 브라운만 보면 악몽을 꾼다. 올 시즌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브라운은 그동안 3차례 선발등판해 승리 없이 2패만 기록하고 있었다. 평균 4이닝꼴인 총 12.2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이닝당 거의 2안타 꼴인 21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방어율은 무려 10.66이나 됐다. 그러자 주위에서는 “LG는 빨리 브라운을 집에 보내고 외국인 타자 한명을 뽑아와야 한다”며 쑥덕거리기도 했다. 김재박 감독은 “혹시 브라운을 퇴출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건 나만 알고 있어. 가르쳐주면 재미없잖아”라며 특유의 여우같은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가타부타 대답은 없었지만 한 두번만 더 기회를 줘보고 그래도 안되겠다는 판단이 들면 교체는 당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찌됐든 브라운은 이날 승리로 일단 기회를 조금 더 얻을 가능성은 생겼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브라운은 퇴출설에 시달릴 때마다 KIA를 잡고 살아남았다는 점이다. 그가 처음 국내 무대에 들어온 2006년을 돌이켜보자. 당시 삼성 유니폼을 입은 그는 개막 이후 3경기 동안 2패만 기록하고 있었다. 올해와 똑같았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2006년 4월 30일 광주 KIA전에 브라운에게 마지막 선발등판의 기회를 줬다. 그런데 브라운은 그날 9이닝 1실점으로 180도 다른 투수처럼 던져 국내 데뷔 첫승을 챙겼다. 9회에 솔로홈런을 맞아 완봉승은 놓쳤지만 이날의 투구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여름에 강해지는 그는 그러면서 국내무대에서 생명을 연장했다. 브라운은 2006년 11승 9패 방어율 2.68, 지난해에는 12승8패 방어율 3.33을 기록했다. 브라운은 실제로 2006년 KIA전에 6경기에 등판해 3승2패 방어율 1.91로 호투했고, 지난해에도 2경기에서 2승무패 방어율 0.82로 역투했다. KIA전에서는 거의 ‘선동열급 방어율’을 기록하던 브라운이다. LG는 삼성이 버린 브라운을 올해 영입했지만 그동안의 투구내용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 앓듯 했다. 그러나 ‘호랑이 킬러’답게 이날도 그는 호랑이를 잡았다. LG는 과연 앞으로 브라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까. 브라운이 하필이면 KIA를 꺾는 바람에 어쩌면 더 골치가 아픈지도 모른다. 실력이 향상됐다고 봐야할지, 상대가 KIA이기 때문에 승리했다고 봐야할지 모르니까. 아무튼 브라운에게는 KIA가 보약 중의 보약이다. 잠실= 이재국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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