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그림자에가려진‘그랜트’…EPL첼시감독의수난

입력 2008-04-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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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첼시 구단의 감독 아브람 그랜트는 프리미어 빅4 매니저들 중에서 팬과 매스컴으로부터 가장 외면을 받고 있다. 그는 시즌 내내 다음 시즌에 볼 수 없는 감독 1순위 후보로 팬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론돼왔다. 그렇다고 그가 감독으로 있는 첼시의 성적이 그 정도로 형편없는 것도 아니다. 첼시는 시즌 막바지인 현재 리그 2위를 달리고 있고,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리그 우승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또한 그랜트의 약점 중의 하나로 꼽히는 챔피언스리그 같은 최고 수준 리그의 경험부족에도 불구하고 첼시를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시키기도 했다. 더욱이 첼시는 올 시즌 홈경기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는데, 이는 맨유가 홈에서 1패를 당했음을 감안하면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성적이다. 이런 적지 않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랜트가 팬과 매스컴에 신임을 얻지 못하는 것은 그의 전임자 호세 무리뉴가 남긴 잔영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랜트가 무리뉴의 후임자로 임명되었을 때, 그랜트와 같은 이스라엘 출신인 전 웨스트 햄 미드필더 에얄 베르코비치는 그랜트가 역겹고 무례한 방법으로 첼시 감독이 되었다고 비난했다. 베르코비치는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친구 정도로만 알려진 무명의 그랜트가 세계 최고의 감독인 무리뉴를 갑자기 대체하는 것은 정도도 아니고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주장했다. 그랜트는 지금도 ‘평범한 보통사람’이라고 팬과 매스컴 사이에서 불리고 있는데, 이는 자신을 유로피언 챔피언 경력의 ‘특별한 사람’이라고 일컫는 무리뉴와 대조적으로 비교되고 있다. 다소 겸손하지 못한 이런 자화자찬도 첼시 팬들은 무리뉴의 카리스마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그는 첼시의 매니저로 있던 약 3년 동안 50년 만에 첼시를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그 해 칼링 컵 결승에서 리버풀을 물리치고 우승하기도 했다. 프리미어 2연패를 달성한 무리뉴는 그가 감독으로 첼시를 이끈 100경기에서 81의 승률 (무승부는 0.5)로 이 부문에서 2위 지안루카 비알리의 67와 큰 격차를 보이며 가장 성공한 감독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이에 반해 그랜트의 첼시가 거둔 리그 2위, 챔피언스리그 4강 정도는 현 첼시의 전력을 감안했을 때 팬들에게는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08년 리그 컵 결승에서 토트넘 홋스퍼에 1-2로 패함으로써 지도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 하나를 날린 그랜트에게 다가올 맨유와의 홈경기와 리버풀과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은 그가 다음 시즌에도 초호화 클럽 첼시의 감독으로 다시 설 수 있느냐 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요크(영국)=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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