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본능’김태완,한화세대교체중심

입력 2008-04-26 05: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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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류현진의 짜릿한 등장과 지난해 한국시리즈 유원상의 깜짝 활약으로 투수진의 세대교체에 본격적으로 나섰던 한화의 김인식 감독은 올 시즌 타선의 세대교체를 염두에 두면서 신경현-심광호(현 삼성)의 두 ‘SKH’라인의 변화를 예고했다. 두 포수의 투수리드에 힘입어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는 있지만 마땅히 누가 주전이라고 하기도 힘든 뚜렷함 없는 성적과 못 미더운 2루 송구문제가 한국 야구의 새로운 모토가 된 ′뛰는 야구′와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를 위해 이희근, 정범모, 박노민, 최연오 등 젊은 2군 포수들을 시범경기에 출전시켜 테스트를 해보는 한편 두산 홍성흔의 트레이드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모두 불발, 세대교체는 실패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김태완이 시즌 개막과 함께 일을 내면서 강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시범경기 3홈런 7타점으로 2관왕, 하지만 정작 정규시즌에는 좀처럼 라인업에서 찾아볼 수 없어 ‘시범경기의 사나이’로만 불리던 3년째 유망주 김태완이 이제 봉인을 풀기 시작한 것이다. 올 봄에도 시범경기.375의 고타율을 자랑한 김태완은 그런 별명 때문에 오히려 잘 하고도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포지션 1루수. 많은 선수들이 돌아가며 출전하는 시범경기라면 모를까 이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4번 타자 김태균이 있는 자리에서 주전을 차지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였다. 경기에 나서기 위해 지난 시즌부터 외야수로의 겸업을 시도했지만 느린 발에 판단력과 어깨도 좋지 않았던 그에게는 오히려 공격력 약화까지 초래할 일이었고, 이영우와 이도형이 번갈아 출전하는 지명타자 자리도 그에게까지 돌아오기는 넉넉지 않았다. 그런 김태완에게 약간의 행운이 찾아왔다.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김태균이 부상으로 잠시 전력에서 이탈했고,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역시 신인들에게 최고의 보약은 출전기회라는 말이 맞아 떨어진 것일까? 지난해 들쭉날쭉한 기용으로 한화 김인식 감독과 SK 김성근 감독 사이의 설전까지 불렀던 김태완의 안정된 출장이 서서히 그에게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 시즌 개막 롯데와의 2차전에서 3점 홈런으로 기분 좋은 스타트를 했던 그는 김태균의 복귀 시점에 맞춰 잠시 주춤했으나 지명타자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다시 맹활약을 시작해 25일까지 6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같은 팀의 외국인 선수 클락에 이어 홈런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2일 삼성 전에는 오버뮬러를 상대로 김태균과 나란히 홈런을 때려 팀의 3연패를 끊은 동시에 김태균, 김태완 윈윈출전의 가능성을 보였고, KIA와의 광주 3연전에서는 장외 만루홈런으로 마지막 재기를 노렸던 정민태를 끌어내린데 이어 이튿날 서재응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쳐 확실한 주전을 보장받게 됐다. 이제 클락-김태균-이범호-김태완으로 이어지는 한화의 3~6번 라인은 8개구단을 통틀어 가장 무서운 중심타선으로 떠올랐다. 7개 홈런의 클락이 롯데의 가르시아와 함께 홈런 1위에 랭크됐으며, 김태균과 김태완이 6개로 3위, 이범호는 5개로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가 김태완을 위해 지난 시즌 뛰어난 공격에 비해 수비가 약했던 크루즈를 방출하고 주로 지명타자였던 이영우를 좌익수로 보내자 김태완은 실력으로 남은 경쟁자인 이도형을 밀어낸 셈이다.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장종훈 타격코치와 타격자세를 간결하게 가다듬은 김태완은 지난 시즌 약점으로 노출되던 변화구 문제에서 해법을 찾기 시작했고, 6번으로 내려온 타순 덕에 부담감이 줄어든 것도 자신감 있게 방망이를 돌릴 수 있는 기폭제가 됐다. 지난 겨울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로 이미 공격력에 있어서는 인정을 받았던 김태완, 올 시즌 그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실력으로 이제는 ‘시범경기의 사나이’가 아닌 ‘정규시즌의 사나이’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유재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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