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열린스포츠]프로의유니폼,색으로말한다

입력 2008-04-28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을 지켜본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친구들과 동네야구팀을 만드는 것이었다. 시골이라 유니폼 맞출 여력은 없었지만 그래도 한 팀이라는 동질성을 구축하기 위해 모자는 맞췄다. 팀 명칭은 동네이름을 차용하고, 닉네임은 지역연고팀에서 빌려와 ‘신기 라이온스’로 명명했다. 문제는 모자를 맞출 때 ‘삼성모자’로 갈 것인가, 당시 최강이던 ‘OB모자’스타일로 갈 것인가 였다. 지역연고를 무시하고 ‘OB모자’로 결정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최강팀의 ‘모자’가 주는 우월감 때문이었다. 당시 23만 OB 어린이회원이 쓰고 다닌 모자의 위력은 2000년대 초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뉴욕 양키스의 모자열풍 이상이었다. 이후 대학시절 다시 팀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정체성확립 차원에서, 두말없이 지역연고팀의 유니폼 색깔을 차용하여 파란색과 흰색으로 결정하고 유니폼을 맞췄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일년에 한번 OB(Old Boy)전을 위해 모교 야구장를 방문한다. 푸른 잔디 위에서 백 여명에 가까운 멤버들이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마다 아직도 전율을 느낀다. “내 몸속에 진짜 ‘파란색 피’가 흐르는 것 아닌가 하고.” 같은 색깔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십 몇 년 후배와도 동질성을 바로 느낀다. 서로 ‘색깔’로 소통한다. 스포츠에서 팀유니폼, 로고, 모자가 함의하는 상징성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유니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디자인이 아니라 색깔이다. 영국 리버풀의 맥주집 출입문 색깔은 빨간색과 파란색 두 가지로 압축된다. 빨간색이면 리버풀의 팬들이 가는 곳이고, 파란색이면 에버턴 팬들이 모이는 술집이다. 프로스포츠 팬들에겐 색깔이 모든 것을 상징하고, 정체성을 확인시킨다. 해태 타이거즈의 빨간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가 촌스러웠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강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아홉 번 우승할 동안 유니폼의 기본색깔은 변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디자인은 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바꿀 수 있지만 팀 유니폼의 기본 색깔 만큼은 신중히 생각해서 한번 결정하면 이후 바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프로야구의 일부 팀들은 성적이 좋지 않거나, 새로운 사장이 부임해 오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유니폼의 색깔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자기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양키스의 스트라이프 유니폼이 세련돼서 유명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고집했기에 유명한 것이다. 과거 우리 문화는 다른 사람과 같은 옷 입기를 꺼려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프로야구 응원문화도 변해서, 과거와는 달리 많은 팬들이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팀과 나를 동일시하고 싶은 심리이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단지 아쉬운 것은 팬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이 현재의 유니폼보다 과거 팀의 유니폼을 더 많이 착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팀 고유색의 부재를 상징하고 있다. 팀의 야구‘색깔’만큼이나 팀을 상징하는 색깔은 중요하다.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이 “내 몸속에는 파란피가 흐른다”고 괜히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그것에 내재되어 있는 함의를 읽어야 한다. 동명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