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과학연구원박사10인좌담]베이징올림픽메달을말한다

입력 2008-04-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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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을 슬로건으로 내건 2008 베이징올림픽(8월8일~24일) 개막이 정확히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스포츠동아는 창간호(3월24일자)부터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KISS)과 연중기획으로 ‘테마 스페셜’을 마련, 스포츠와 과학을 접목시킨 신선한 콘텐츠로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KISS 연구원들과 함께 ‘베이징올림픽 전망’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베이징올림픽에서 대표선수들이 과연 어떤 성적으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해줄 수 있을지를 미리 진단해본다. - 베이징올림픽 개막이 석 달 조금 넘게 남았습니다. 아테네올림픽과 비교해 기상도를 그린다면 맑음입니까. 아니면 흐림입니까. ○최규정 “아테네대회(금9, 은12, 동9) 성적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이보다 약간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64도쿄올림픽에서 4위, 우리나라도 88서울올림픽에서 4위를 차지하면서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켰죠. 그러나 중국은 이보다 한 걸음 나아가 아시아 국가로는 올림픽 사상 최초의 1위를 차지함으로써 일본과 한국보다 20년, 40년 가까이 늦게 올림픽대회 개최국이 되었다는 점을 만회하려 할 것입니다. 특히 아테네대회에서 2등을 차지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이번에는 종합우승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여기는 겁니다. 이를 위해 중국은 강세를 보이는 종목에서는 반드시 메달을 따려할 것이고, 거기에 플러스알파를 해야 1위를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봅니다. 배드민턴 같은 경우는 선심의 90를 중국 사람으로 채우려는 욕심마저 드러낸 상태입니다. 홈 어드밴티지를 최대로 살려 반드시 1등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인데, 이처럼 우리나라 금메달 예상 종목과 중국의 의지가 겹칠 경우 베이징의 텃세가 우리의 목표를 어긋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순호 “판정의 희비에 따라 우려되는 점이기도 한데요, 반면 우리와 일본이 맞붙는 경우에는 우리가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보다는 우리가 다소 맑음으로 볼 수도 있죠.” ○백진호 “한ㆍ중ㆍ일이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종목은 체조 종목인데요. 동북아 세 나라의 역학적인 관계로 볼 때, 중국이 일본 견제를 위해 한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입니다. 일본은 중국의 텃세를 견제하기 위해 이미 유럽과 손을 잡은 것으로 분석되거든요. 이런 관점에서 중국이 한국과 손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중국은 체조에서 금메달 싹쓸이를 노리겠지만, 그게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 매번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은 10위권을 목표로 내세웁니다. 왜 5위도, 20위도 아니고 10위입니까. ○성봉주 “1, 2, 3등은 힘든 게 사실이죠. 88서울올림픽 때 4위라는 최고성적을 거두었고, 올림픽대회 10위 안에 들어갔기 때문에 그걸 지키자는 의미가 강하다고 봐야합니다. 우리 입장에서 목표를 더 높일 수 없다고 보는 건, 우리가 딸 수 있는 금메달이 한계에 와 있기 때문이죠. 엘리트 스포츠의 한계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힘들고 어려운 종목은 안 하려고 하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지요. 우리 현실에서 ‘수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백진호 “러시아와 독일이 분리, 통합되면서 올림픽 성적이 퇴보하였고, 독보적인 성적을 낼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 밖에 없습니다. 두 나라를 제외한 국가들은 몇몇 특정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려고 하는 경향이죠. 우리도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건 5∼6 개 종목에서 10개 내외라고 보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게 보면 10위권 수준일 수밖에 없고요.” ○김용승 “딱히 비례하지는 않습니다만, 우리나라 GDP도 세계 10위권 언저리 아닌가요.” ○최규정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등 소위 스포츠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몇몇 나라를 제외한 올림픽 10위권 근처에 있는 대부분의 나라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을 분석해보면, 5∼6개 종목, 많아야 7∼8개 종목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즉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고, 2∼3개 종목만 달라진다는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도 양궁, 태권도, 레슬링, 유도 등 전통적 강세가 이어진 종목에다가 2∼3개 종목이 더해져, 금메달 10개 정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10위권 수준이라는 고리로 연결된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예측은 매년 열리는 각 종목별 세계선수권 경기 결과가 바탕을 이룬다고 생각합니다.” -올림픽 전에 대한민국의 메달 예상을 설정하는데 가장 잘 맞았던 때나 잘 맞지 않았던 때가 언제였나요. ▶윤성원= 대한체육회, 종목별 경기 단체, KISS에서는 나름대로 메달 획득 가능성과 메달 수를 분석ㆍ예상했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대부분 최근의 국제경기 결과나 기록 등을 이용해 예측하지만, 스포츠는 예측을 벗어나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입니다. 구기 경기에서 ‘공은 둥글다’ 라고 표현하는 것도 경기결과 예측이 힘들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변화무쌍, 가변성, 다양성 때문에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며, 감동과 시선집중을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이 다가오면 주위의 성화에 못 이겨 예측을 하게 됩니다. 2000년 시드니대회에서는 예측한 메달수가 많이 빗나갔고, 2004년 아테네대회 때는 대한체육회와 KISS에서 예측한 메달수가 거의 들어맞았습니다(금메달 획득 예상 9±1개, 실제로 9개의 금메달 획득, 9위). 올림픽을 앞두고 금메달 획득수를 예측하는 것은 선수와 지도자로 하여금 분발을, 국민들로 하여금 많은 관심을 유도하는 자극제 역할을 하는 순기능으로 생각되지만, 분명 힘든 일이죠. 그러나 지금까지 최근의 국제경쟁력, 경기력 수준 등을 고려해 기대한 종목에서 메달을 놓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을 볼 때, 예측도 과학의 일부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종목별로 세분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최대 관심사인 수영의 박태환 선수는 어떻습니까. ▶최규정= 수영 담당 송홍선 박사가 대회 관계로 출장 중이라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박태환 선수는 자유형 400m에 집중하고 있고, 태릉선수촌 분위기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금메달의 가장 큰 변수는 수영 8관왕을 노리고 있는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를 얼마나 잘 견제하느냐에 달렸다고 합니다. 노민상 국가대표 감독과 송홍선 박사는 박태환 선수가 주어진 훈련 프로그램을 잘 소화하고 있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박태환 선수가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스포츠 스타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효자 종목으로 기대되는 레슬링이나 유도 종목은 어떻습니까. ▶김영수= 베이징올림픽 유도 종목에서 메달 획득이 가장 유력한 체급은 남자 경량급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국제대회 성적이나 대표선수의 컨디션 등을 볼 때 확률이 높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경량급에서 1∼2개 정도 획득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남자는 세계적으로 기량이 평준화된 탓에 골든 스코어가 적용되는 연장전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 체력은 물론이고, 전력 분석, 두뇌싸움 등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레슬링도 그레코로만형 경량급에서 1개 정도 금메달 획득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금메달 밭으로 불리는 양궁이나 태권도는 어떻습니까. ▶김용승= 태권도 종목은 한 나라에서 4체급의 선수만 출전시키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자의 한 체급은 파견 선수를 결정했지만, 나머지 3체급은 아직 선발전을 치르는 중입니다. 국내 선발전이 너무 힘들게 진행되고 있어요. 태권도 종목 관계자들이 가장 힘든 것은 국민들이 당연히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부담감입니다. 세계 각국에 우리나라 지도자가 진출해 현재는 종이 한 장 정도의 수준차이기 때문에 4체급 모두 금메달을 따는 것은 벅찬 목표입니다. 여자 하나, 남자 하나 정도가 기대됩니다. ▶최규정= 양궁은 얼마 전 국제대회 결과가 부진해 국민들께서 실망하셨겠지만, 금메달 4개가 걸린 가운데 2∼3개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권도처럼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매우 큰 종목이고, 국제적으로 우리나라를 견제하기 위해 여러 가지 경기규칙을 개정하기도 한답니다. 승부에 가급적 많은 이변이 생기도록 하기 위함이죠. 올림픽 메달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 대표선수 선발 과정은 선수들의 피를 말릴 정도지만, 이런 과정을 이겨내고 대표선수에 자리한 이들의 쾌거를 기대합니다. -역대 올림픽을 치르면서 이건 정말 아쉬웠다, 이건 정말 고쳐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게 있으십니까. ▶최규정= 우리로선 항상 짝수년에 아시안게임과 올림픽대회를 접하게 됩니다. 그러나 대표선수들과 직접 교류를 갖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기간이 1년도 채 안 된다는 것은 선수에 따라 충분한 준비없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선수에게는 주어진 기회가 안타깝게 느껴질 경우가 있죠. 물론 미래를 위해 항상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주어진 기회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지만, 정말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선수들에게도 평소에 준비하는 프로 근성을 키우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올림픽이 딱 100일 남았습니다. 선수들은 어떻게 훈련하고 컨디션을 조절해야하는지요. 100일이 갖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윤성원= ‘올림픽 D-100일’은 올림픽대회가 가까이 다가왔다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할 뿐, 경기력과 관련지어 선수 컨디션, 훈련량, 훈련 강도 측면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일부 선수들은 대회가 이제 100일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각성하는 의미를 가질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연간 훈련계획의 일정한 주기 중에 있으며, 자신의 종목에 적합한 전문체력과 기술훈련을 반복하는 파워-지구력 전환 단계에 있기 때문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약 30일 정도를 남긴 시점은 ‘경기 전 단계’로서 지금까지의 훈련내용을 점검하고, 실제 경기에서 수행할 과정을 연습하게 되기 때문에 선수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순호= 탁구의 경우 지금까지 훈련한 기술을 남은 100일 동안 새롭게 바꾸는 일은 없습니다. 아니 할 수도 없죠. 그 대신 기술이나 전술을 단순화시킵니다. 탁구든 레슬링이든 기술은 수십, 수백 가지가 있지만, 올림픽에서 결정적인 순간 사용하는 주특기 기술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기간에는 가급적 자동화, 단순화시키고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집중 훈련이 필요하죠. 정신적으로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몇몇 종목은 심리 분야의 도움을 많이 받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신정택= 스포츠심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D-100일은 자신을 돌아보고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나가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기회의 시간입니다. 지난 훈련과정을 돌아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다시 한 번 되뇌며, 남은 기간 자신의 모든 것을 운동에 쏟도록 하는 자신과 약속의 시간인 거죠. 정리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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