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어머머!우리…무더위에웬겨울점퍼

입력 2008-04-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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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봄 점퍼 나오나?” 우리-삼성전이 열린 29일 대구구장. 이날 대구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거의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무더위가 찾아왔다. 낮 최고기온은 29도에 이르렀다. 이날 경기 전 홈팀 삼성의 선동열 감독은 연장자인 우리 히어로즈 이광환 감독이 대구구장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이자 인사를 하러나갔다. 이 감독은 이때 우리구단 점퍼를 입고 있었다. 오리털이 들어간 두툼한 겨울용 점퍼였다. 그렇잖아도 무덥기로 소문난 대구. 선 감독이 “좀 더워보입니다”라고 말하자 이 감독은 “나는 주머니에 이것저것 많이 넣고 다녀서”라면서 주머니 속에 든 담배며, 수첩 등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주머니가 관물함이다보니 안 입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복 점퍼를 입을 수도 없고. 우리는 봄 점퍼가 안나오나?”라며 웃었다. 선 감독도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구단은 아직 선수단에 봄철 점퍼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4월말만 되면 여름날씨가 되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이날 우리 덕아웃에는 누군가가 벗어놓은 겨울용 점퍼 몇 개가 나뒹굴고 있었다. 선수들 대부분은 숙소에서 구장으로 나올 때 아예 점퍼를 입지 않은 채 얇은 ‘윈드 브레이커(방풍 점퍼)’ 만 걸치고 와서 훈련을 시작했다. 기상청 예보로는 30일 대구 낮 최고기온은 30도를 넘는다고 한다. 아무리 뒤늦게 창단한 팀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선수들에게 점퍼 하나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한여름 날씨에 겨울용 점퍼를 입고 다녀야하는 우리 선수들.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품위는커녕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부끄럽기까지 하다. 창피하고 서글프다. 우리 구단은 또한 시즌을 앞두고 제주도 전지훈련을 할 때 묵었던 콘도 비용도 이날 가까스로 지급했다고 한다. 콘도측에서는 ‘그래도 프로야구팀인데’라는 생각으로 그동안 참아왔는데 숙식비뿐 아니라 세탁비까지 우리구단이 차일피일 미루자 “소송을 걸겠다”고 나섰고, 그제서야 이날 대금을 지불했다고 한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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