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골프다이어리]春心은곧여심

입력 2008-05-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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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키우랴 재테크하랴 정신없이 바쁘지만, 그래도 살랑살랑 봄바람 나고 싶은 5월에 꼭 한번은 얼굴보고, 라운드도 하자는 아줌마들의 모임 ‘춘심여심’. 언제나 마음은 꽃띠 봄처녀처럼 수줍고 싶다는 욕망이 보태져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적어도, 그날은 남편 자식 다 잊고 처녀시절 잘나가던 스타일대로 한번 놀면 되고, 또 그사이 실력들이 얼마나 늘었는지 탐색도 하면 되고, 실력 좋아진 애한테는 밥 사라고 하면 되고, 꼴찌하면 뭐 애 교육 때문이라며 영어실력 좀 자랑하면 되고… 음… 캐디언니 눈치 주면 머리 올리러 왔다고 애교부리면 되고… 생각대로 라운드하면 되고 ㅋㅋ 언니∼∼우리는 클럽 몇 개 안 쓰니까 힘들 거 없어… 신경 쓰지 말고 쉬면서 해 홍홍∼∼ 늘 같은 레퍼토리로, 캐디언니를 달래놓고 신나게 날린다. 그동안 못 다한 수다 떠느라 공 주우랴 자장면 먹으랴 애들 전화 받으랴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이게 몇 번째 홀인지, 몇 개나 쳤는지 헷갈리기 일쑤다. 물이 보이면 물로, 벙커가 보이면 벙커로, 언덕이 보이면 언덕으로 보낸다. 참, 착한 골퍼들이다. ㅎㅎ 그래도 훈수가 제 맛이라 가만히 못 본다. 야! 넌 백스윙 톱이 이상하다. 팔이 굽었다. 새로 산 드라이버가 너한텐 너무 길다. 넘겨라∼ 스윙이 너무 느리다. 오버스윙 아직도 못 고쳤냐. 어쩌고저쩌고 @@ 듣다 못한 캐디언니. 사모님들∼∼ 제가 보기엔 다들 스윙이 비슷비슷 한데요 ㅋㅋ 오늘 ‘첫 파’하시는 분한테 제가 특별히 ‘파쏭(par song)’불러드릴게요. 상품이 걸리면 없던 집중력도 생기는 아줌마 특유의 근성으로 신중, 또 신중하게 샷을 날린다. 3온에 2퍼트 작전으로 ‘앗싸’하고 있을 때, 아차! 여긴 파4 홀이구나.ㅠㅠ 무슨 홀이 전부 오르막이야. 완전 등산하는 기분이네 헉헉. 이건 전부 파 5홀 같아. 그나마 내리막에 좀 낫다 싶은 홀에서 캐디언니 왈 여기가 이 골프장에서 제일 만만한 홀이란다. 오호라∼∼ 흥분하다가 우린 모두 골프장에게 만만히 보이고 말았다 ㅠㅠ 이렇게 최불암 선생님이 그리울 줄이야. 선생님∼∼∼파∼∼∼∼ 그래도 간간히 케이블TV에서 하는 레슨 프로그램도 보고, 새벽 중계방송도 보고 했는데 왜 실력은 제자리 걸음인건지 ㅠㅠ 내 머리는 연습해도 내 몸은 연습을 안했으니 그래 몸은 정직한거다. 다시 한번 느낀 하루다. 골프는 정직하다고. 그래도 손에 물집 잡히도록 연습한 5번, 7번 아이언 그리고 피칭. 그나마 그것들이 내 체면을 살려주었다. 후반 홀에서나마 언니의 ‘파쏭’을 들었으니 ㅎㅎ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내려오다 ‘곤드레만드레’ 간판집으로! 오늘 메뉴는 저거다. 골프를 하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바로 라운드 후에 가지는 맛있는 식사시간이다. 특히 요즘처럼 쑥이며 달래며, 두릅, 오가피, 음나무, 곰취나물, 돌미나리 등 향긋한 나물들이 식욕을 자극하는 봄날엔 더욱이 더 즐겁다. 봄나물에 취하고 봄 향기에 취하고 ∼∼ 봄 바람난 여인들의 하루 소풍 같은 라운드는 끝났지만 수다는 아직도 계속된다. 야, ‘온에어’에서 김하늘이 정말 OOO이래며? 키득키득. -박 희 -방송 PD출신으로 산책과 요가를 즐기고 언제나 굿샷을 날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영원한 골프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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