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류현진속전속결…방망이들원기충천

입력 2008-05-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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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의 등판 날, 타자들의 심리는 어떨까. ‘오늘은 이긴다’는 자신감이 클까, 아니면 ‘오늘도 못 이기면 안 된다’는 중압감이 더 클까. 6일 롯데전을 앞두고 한화 4번타자 김태균에게 물어봤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약간의 편안함은 있지만 (류)현진이가 나와도 타자가 점수를 못내면 못 이기는 것 아니냐?”라고 김태균은 덧붙였다. 실제 랜디 존슨이 애리조나에 몸담던 2004시즌의 일이다. 존슨은 그해 후반기 3차례 등판에서 총 40개의 삼진을 잡아내고도 단 1승을 챙기지 못했다. 2패만 당했다. 이런 기현상을 두고 일각에선 “존슨이 나오면 ‘1∼2점만 뽑아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타자들이 방망이를 함부로 휘두르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김태균은 류현진이 등판할 경우, 타자에게 확실한 이점이 발생하는 것은 인정했다. 바로 템포였다. “류현진이 등판하면 거의 3타자로 1이닝이 마무리되기에 타자들이 타격감을 유지하기가 쉽다. 특히 낮경기나 여름 경기는 더욱 그렇다”란 얘기다. 요약하면 에이스는 승리를 담보하는 존재가 아니라 유도하는 능력을 갖췄기에 에이스란 의미다. 이 관점에서 볼넷이 많은 투수나 투구 인터벌이 긴 투수는 방어율은 조금 낮출지 몰라도 승수 챙길 기회를 스스로 까먹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 일례로 김태균은 후배 투수인 유원상과 얽힌 에피소드를 언급했다. “비가 무척 세게 내린 어느 날, 원상이가 등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볼넷이 남발돼 이닝이 늘어졌다. 나를 포함한 야수들은 필드에서 장시간 비를 철철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원상이는 4이닝 만에 강판돼 덕아웃에 앉아 아이싱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얄미울 수 없더라.” 농담을 섞어 이야기했지만 에이스는 아군 불펜진 뿐 아니라 야수진까지 휴식을 보장해 줄 힘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들렸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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