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조범현감독,깜짝삭발왜?

입력 2008-05-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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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광주구장. KIA 타자들이 경기 전 타격훈련을 할 때 마운드에서 머리를 짧게 자른 한 사람이 열심히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는 배팅볼 투수나 선수 같았지만 자세히 보니 KIA 조범현 감독(사진)이었다. 그랬다. 이날 조 감독은 아침에 집 근처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았다. 완전한 삭발은 아니었지만 중고생 이상으로 짧았다. 머리숱이 많아 윗머리는 검은색이었지만 옆머리는 살이 허옇게 보일 정도였다. KIA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포함해 가장 짧은 수준이었다. 기자들이 잔인하게(?) 그 이유를 묻자 조 감독은 “그냥 더워서 잘랐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누구나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다. KIA는 전날까지 9승22패로 승률이 0.290에 불과했다. 유일하게 10승 고지를 밟지 못했다. 1위 SK(23승8패)와는 승수와 패수가 거의 정반대. 4위 삼성(17승15패)에도 7.5게임차나 뒤떨어졌다. 심지어 “다승 1위인 김광현 승수(6)와 비슷하다”는 농담 아닌 농담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니…. 그가 감독생활을 한 뒤 이처럼 부진한 적도 없었기에 그 속마음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평소에도 머리가 길지 않은 조 감독이지만 선수와 코치생활을 할 때도 이처럼 짧게 머리를 자른 적은 없었다고 한다. “고교시절 이후 가장 짧은 머리가 아니냐”는 질문은 그는 슬며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KIA는 시범경기에서 10승3패를 차지하며 돌풍을 예고하는가 했으나 시즌 개막 후 악재가 겹치고 있다. 주전포수 김상훈과 주포 장성호는 컨디션이 좋을 때 다쳐 전열에서 이탈했고, 외국인투수 호세 리마는 2군에 간 지 오래다. 최희섭은 끝모를 부진에 빠져있다. 패하는 횟수가 많아지니 선수들은 자신감마저 떨어지고 있다. 감독이 삭발하는 것은 프로야구에서 드문 일이다. 조 감독은 전날 호투하던 이대진을 오래 끌고가면서 9회에 패한 것을 두고 투수교체 타이밍을 놓쳤다며 자책했다. 그래서 이날의 삭발은 스스로 답답한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그야말로 심기일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면서 감독이 몸소 배팅볼까지 던져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코치나 선수들도 삭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조 감독은 “요즘 선수들이 감독 삭발했다고 신경을 쓰나. 그리고 선수들까지 그럴 필요 있겠느냐”며 겸연쩍게 웃었다. 조 감독에 앞서 두산 김경문 감독도 팀이 부진에 빠지자 4월 22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삭발을 한 적이 있다. 두산은 이때부터 상승세를 타며 상위권까지 치고올라갔다. 아직 시즌은 4분의 1도 채 되지 않았다. 과연 KIA는 반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광주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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