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연구의스포츠에세이]‘챔프지성’비결은적응력

입력 2008-05-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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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팬들에게 이제는 ‘우리 팀’이 되어버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박지성도 리그 출전 12회 1골 1어시스트의 개인성적을 거두며 나름대로 팀 우승에 자신의 몫을 해냈다. 특히 시즌 막바지의 활약으로 이제는 자신의 캐릭터와 팀 내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는 인상을 팬들에게도 던져주었다. 백전노장인 퍼거슨 감독 만큼은 이미 박지성 만의 장점과 쓰임새를 알고 있었겠지만 말이다. 박지성의 모습을 보며 에이전트 일을 하는 필자의 머리를 떠나지 않은 두 글자는 바로 ‘적응’이다. 박지성 만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고 끈질기게 팀 컬러에 녹아들어가는 선수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성공에 가장 확실한 이유를 필자보고 들라고 한다면, 그것은 첫째 뛰어난 적응력, 둘째 완벽한 적응을 가능케 해주는 성실성이라고 할 것이다. PSV 에인트호벤에서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나, 맨유에서 잦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것 모두 이 덕분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지성의 예에서 보듯 축구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팀, 동료, 그리고 코칭스태프에 대한 적응이다. 국내 K리그에 진출했다가 몇 경기 뛰지 못하고 돌아간 브라질 선수들을 보자. 그들이 모두 함량미달이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실패한 브라질 선수 중에는 자국 리그로 돌아간 후 다시 유럽리그에 진출해서 이름을 날린 선수도 있고, 이미 한국으로 오기 전 자국에서 FA컵이나 주 리그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선수도 다수 있다. 하지만 우리 팬들의 기억 속에 그들의 이름이 없는 것은 그들이 하나같이 많이 뛰고, 팀 플레이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내 팀들의 경기 방식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작년 K리그 득점왕 타이틀의 주인공인 까보레의 경우, 브라질에서는 주리그에서 스트라이커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골도 터트리지 못했던 선수였다. 하지만 경남의 팀 컬러와 박항서 감독의 전술,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과 패스라인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코리언 드림’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한국행에 관심이 있는 브라질 선수들에게 까보레의 성공비결은 ‘꽤 알고싶은 노하우’가 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일정 수준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에게 ‘적응’이 어쩌면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 외에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예가 많다. 잉글랜드로 가서 ‘바보’가 되어버린 세리에 A의 득점왕 출신 세브첸코, 독일 분데스리가의 아이콘이었지만 그만큼의 위용을 아직은 찾지 못한 미하엘 발락, 스페인의 천재였지만 잉글랜드에서는 통하지 않았던 레이예스 등등. 이들의 면면 모두 세계적인 스타인 만큼, 어느 곳에서나 성공을 거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다. 또 그런 만큼 대한민국 축구의 자존심이 되어가고 있는 박지성의 3개국 프로리그에서 거두고 있는 성공이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인지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추연구 FS코퍼레이션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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