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청렴한퍼거슨V10‘선물’

입력 2008-05-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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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위건전 승리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매니저로써 10번째 리그 우승을 달성한 명장 퍼거슨이 있기까지는 피치 안에서는 물론이고 피치 밖에서도 많은 도전과 유혹을 극복해낸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었다. 1994∼1995시즌 초 퍼거슨에게 안드레이 칸첼스키의 러시아인 어드바이저 그리고리 에싸울랜코가 찾아왔다. 노팅엄 포리스트와의 주중 야간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퍼거슨에게 그는 한 꾸러미의 선물을 주고 간다. 퍼거슨은 그 선물이라는 것을 받으면서 순수한 의미의 러시아산 장식품 정도로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선물을 확인한 순간 퍼거슨은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그 속에는 현금 8000만원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퍼거슨은 그 돈을 올드 트래포드로 가져가 구단 금고에 보관하고 변호사에게 일련의 상황을 문서화하도록 했다. 퍼거슨은 직감적으로 이 돈이 단순한 선물이 될 수 없고, 자신과 구단 그리고 한 선수에게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는 위험요소로 인식했다. 1994∼1995 시즌 중 칸첼스키는 맨유에서의 생활에 대해 매우 불만족해했고, 심지어 공개적으로 퍼거슨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퍼거슨은 그의 이런 언행을 오수에 비유하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결국 칸첼스키는 에버턴으로 이적시켜줄 것을 에싸울랜코를 통해 강하게 요구하게 되는데, 이에는 퍼거슨도 모르고 있던 그가 맨유와 맺은 이면계약이 크게 작용했다. 칸첼스키의 계약서에는 그가 만일 이적할 경우 이적료의 삼분의 일을 받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를 노리고 이적을 주장하는 에싸울랜코에게 퍼거슨은 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8000만원을 돌려주고 결코 이 돈을 선물로 받을 수 없었고 이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음을 말하게 된다. 이 후 에싸울랜코는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지르며 당장 칸첼스키를 이적시키라고 위협하기에 이른다. 퍼거슨은 이런 행동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잘 인식하고 있었지만 시즌 후 결국 칸첼스키를 에버턴으로 이적료 100억원에 파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퍼거슨은 자칫하면 자신과 맨유의 명성에 큰 누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한 선수의 미래까지 고려하는 섬세함과 치밀함으로 그가 왜 EPL 최고의 감독인지를 잘 보여줬다. 요크(영국)= 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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