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보다감동!최다관중으로돌아왔다”

입력 2008-05-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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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 전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대화 내용은 축구 보다는 주로 군대나 회사 얘기였다. 갓 스포츠단 사장을 맡았으니, 축구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축구 얘기만 나오면 주로 듣는 편이었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식으로 조언을 구했다. 그런데 최근 그를 만나고는 ‘이렇게 바뀔 수가 있나’ 하고 새삼 놀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축구 얘기, 특히 마케팅에 관한 이론과 실전을 쉴새없이 쏟아냈다. 조용조용하면서도, 때로는 메모지에 도표를 그리면서까지…. 스포츠마케팅의 달인, 그 정도 쯤으로 해두고 싶다. 이완경(54) GS홀딩스 부사장(CFO)이자 GS스포츠 사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가 먼저 꺼낸 화두는 ‘스포마케팅’이다. “스포츠와 마케팅의 결합어다. 스포츠도 중요하고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팬이 없는 우승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고객들을 어떻게 대접할 지를 고민한다. 그래서 스포츠 보다는 마케팅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데, 스포마케팅은 우리 구단의 절대 과제라고 보면 된다.” 스포츠단을 운영하려면 최소한의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 방향타가 없으면 결코 명문구단이 될 수 없다. 이 사장의 철학이 궁금했다. “팬(Fan), 페어플레이(Fair play), 재정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 등 이른바 3F를 염두에 두고 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팬이 없다면 수많은 우승 트로피도 소용없다. 그래서 선수들에게도 페어플레이와 함께 ‘재미있는 축구, 그리고 지켜보는 팬에게 감동을 주는 공격축구’를 강조한다. 또 한가지는 현재 모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점차 이를 줄여 궁극적으로는 완전한 재정적 자립을 이루는 것이다.” FC서울은 지난해 5만 5397명의 한국프로스포츠 한 경기 최다관중 신기록을 세웠고, 올 시즌에도 프로축구 한 경기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여건상 유리한 점도 있지만 FC 서울만의 노하우가 있을 법했다. “팬을 모으는 일이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모으는 것도 힘들지만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 ‘FC서울 2035 비전’이라는 장기계획을 세웠다. 2006년 1년간 일본 J리그를 컨설팅했던 회사에 의뢰해 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했고, 이를 토대로 체계적인 타임테이블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가고 있다.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미래의 잠재 고객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키즈 마케팅이다. ‘FC서울 어린이 회원’ 제도를 만들어 지난해 1만 2000여 명이 가입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무료 축구 클리닉, 리틀 FC 서울을 운영하는 등 축구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이 사장은 J리그 우라와 레즈 구단을 벤치마킹해 많이 배웠다고 했다. 직원들도 가능하면 많은 인원을 보내 공부하도록 지시했다. 그렇다면 우라와 구단을 통해 얻은 소득은 무엇일까. “가장 큰 소득은 지역밀착 마케팅의 중요성을 알았다는 점이다. 지역민들과 하나되고, 그 지역민들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면 결코 그 지역과 함께 숨쉬는 진정한 연고 구단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프로축구단 최초로 지역밀착 전담팀을 구성했다. 인근 마포구와 서대문구, 은평구, 영등포구 등을 중심으로, 축구를 알리고 FC 서울을 알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FC 서울의 경기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놀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본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가보면 이것저것 다양한 이벤트가 많다. FC서울의 다양한 마케팅 활동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국내 프로구단 최초로 통합고객관리시스템(CRM)을 구축해 모든 고객의 정보를 체계화,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팬들에게 문자메시지나 안내 이메일을 보내 경기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아울러 온라인과 전화예매는 물론 팬이 직접 표를 출력해 입장할 수 있는 홈 티켓 개발, 프로축구단 최초로 전국의 편의점 GS25에서 언제든지 표를 구입할 수 있는 시설 구축 등 편의성을 높였다. 어린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들이 부담 없이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경기장 내에 ‘씽씽방’(탁아소)도 운영한다.” FC서울은 다른 구단과 달리 회사명(GS)을 붙이지 않는다. 다른 구단들은 회사 홍보를 위해 지역명과 함께 사용하는데, FC 서울은 처음부터 달랐다. “허창수 회장님의 말씀이 축구팀은 지역과 밀착해야 한다고 하셨다. 굳이 회사명을 붙일 이유가 없다는 의미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봐도 회사명을 빼고 지역명만을 쓴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모두들 상당히 잘 한 일이라고 말한다.” 사실 FC서울의 귀네슈 감독은 기대만큼 성과를 못내고 있다. 지난해 7위를 했고, 올시즌에도 3위를 하고 있지만 별로 인상적이지는 못하다. 혹시 후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귀네슈 감독의 리더십을 신뢰한다. 변화는 없을 것이다. 우리 구단의 가장 큰 장점은 역대 감독들 중 단 한명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서 물러난 감독이 없다는 점이다. 멀리 내다보고 프로젝트를 세우는 구단이니 임기 끝까지 믿고 간다.” 사장에 취임한 이후 많은 것이 변했을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보람된 일이라면 무엇일까. “선수들과 프런트의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팬사인회나 축구클리닉을 열면 ‘왜 우리가 나가야 하느냐’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사고는 없어졌다. 구단의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직원들도 예전에는 ‘팬들이 오든지 말든지’ 하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다르다. FC 서울만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됐다고 보면 된다.” 이완경 사장? ▲학력 : 선린상고 - 고려대 경영학과 ▲주요 경력 : 1979∼ LG 기획조정실 입사 1990∼ LG 상사 미국법인 부장 1996∼ LG 회장실 이사 2000∼ LG 구조조정본부 상무 2002∼ LG 투자증권 부사장 2004.7∼ GS홀딩스 부사장 2004.10∼ GS스포츠 사장 겸임 최현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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