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김의MLB수다]선수도‘클럽하우스’월세낸다

입력 2008-05-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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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의 오랜 전통과 역사는 관행과 규율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 시대엔 잘 맞지 않는 것도 있지만 고집스럽게 보전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클럽하우스 운영입니다. 클럽하우스는 쉽게 말하면 라커룸입니다. 경기전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경기후엔 샤워를 하는 곳이 클럽하우스입니다. 그런데 편해 보이는 이 공간에도 나름대로 엄격한 규율이 보이지 않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식당= 선수들 식당은 편의점과 고급 레스토랑을 합친 걸로 보면 간단합니다. 스태프들은 야간경기의 경우 두 번의 식사를 준비합니다. 경기전 음식들은 간단한 편입니다. 스파게티, 샐러드, 간혹 초밥이 나올 때도 있구요. 상당부분이 캐터링서비스 아니면 지역의 최고 주방장을 초빙해올 때도 있습니다. 대신 경기후 메뉴는 아주 푸짐합니다. 새우, 스테이크, 닭요리 등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재응 선수는 테이크아웃하는 스타일, 김병현 선수는 끝까지 먹고나오는 편이었습니다. 기본적인 식사 외에 각종 음료, 군것질거리, 아이스크림, 심지어 김치사발면도 준비돼 있습니다. 아시아권 선수들을 위한 것이죠. 메츠에 있을 때는 서재응 선수와 김밥, 떡볶기를 사들고와서 마쓰이,통역 넷이서 먹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트레이너실= 경기전 가장 분주한 곳입니다. 재활중인 선수들이 많이 찾고 당일 선발투수한테 우선권이 있습니다. 재정사정이 좋은 팀들 같은 경우엔 마사지 전문요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물론 베테랑들한테 우선권이 주어집니다. 서재응 선수는 선발경기전 MP3플레이어를 들으며 팔마사지를 꼭 받았고 김병현 선수는 트레이너 컴퓨터를 많이 빌려 썼습니다. ○내부규율= 선수들과 허락된 스태프 외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습니다. 경기전과 경기후 미디어에 한정된 시간 개방하지만 그래도 클럽하우스의 상당 부분은 출입이 제한됩니다. 예를 들어 트레이너실, 식당, 선수휴식 라운지같은 공간은 모든 미디어에게 통제돼 있으며 구조상 보이지도 않게 설계돼 있습니다. 심지어 미디어는 핸드폰 사용도 허락되지 않고 행동에 상당한 통제를 받습니다. 뿐만 아니라 에이전트, 가족들도 출입금지입니다. 유일하게 자유롭게 허용되는 사람은 바로 선수들의 자녀들입니다. ○월세= 클럽하우스 생활을 하면서 이상하면서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됐었습니다. 클럽하우스에 제공되고 있는 모든 것은 구단이 아니라 클럽하우스 매니저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음식과, 위성TV 시청료, 심지어는 빨랫비누까지 모든 것은 클럽하우스 매니저 주머니에서 나오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은 매달 월세를 지급해야 합니다. 대부분은 시즌 마치기 직전에 일년치를 한꺼번에 정산해 지불합니다. 액수는 계약사정에 따라 달라지는데 신인선수가 1년을 풀타임으로 뛰었다면 7000달러 정도이고 클럽하우스 아르바이트 팁까지 주고나면 약 1만달러 정도를 쓰게 됩니다. 마이크 피아자 같은 경우엔 1억원 정도 되는 고급차량을 클럽하우스 매니저에게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두시즌 동안의 클럽하우스 생활은 돈주고 살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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