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밑바닥부터 시작하겠다. 2001년 시즌 중에 2군 갔다와서 타격왕에 올랐는데 실망보다는 희망을 갖고 해결책을 만들겠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고도 3할을 친다’는 삼성 양준혁(39·사진)이 17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충격적인 2군행의 조치를 받아들였다.
양준혁은 “선동열 감독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어와 2군에 가겠다고 말씀드렸다”면서 “그동안 제대로 성적을 못내 나뿐만 아니라 감독님도 스트레스가 심했을 것이다. 차라리 2군행을 받아들이니 일단 마음은 편하다”고 말했다.
양준혁은 올 시즌 극도의 타격부진에 빠져있다. 3홈런과 함께 팀내 두 번째로 많은 21타점을 올리고 있었지만 16일까지 타율 0.199로 ‘멘도사 라인’에 머물렀다. 규정타석을 채운 46명의 타자 중 밑에서 두 번째인 45위다.
그는 1993년 프로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통산타율 0.320을 올려 통산 300타수 이상의 역대타자 중 장효조(0.331)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2006년 0.303, 지난해 0.337을 기록할 정도로 세월과 맞서면서 뜨거운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러나 지난해 말 다친 발목부상 여파로 동계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특히 ‘하체와 무릎으로 타격을 한다’던 그는 하체가 안정되지 못하면서 타격 밸런스와 감각을 잃어버렸다.
그는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시즌을 맞아 이렇게 힘든 시즌이 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2군에 떨어진 게 중요한 게 아니다. 2군에 있는 동안 고민을 하고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도록 하겠다. 우선 몸부터 만들고 특타훈련과 2군경기를 통해 타격감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2군은 원정경기 때 모텔생활을 한다. 그는 “2군 장태수 감독님과 상의해봐야겠지만 실전이 필요하다면 원정 2군경기에도 뛰겠다. 여관이면 어떻고 호텔이면 어떻느냐”고 반문하면서 굳은 의지를 나타냈다.
시즌 도중 부진으로 2군에 떨어진 것이 2001년 LG 시절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인 그는 “2001년에는 2군에 갔다온 뒤 타격왕에 올랐다. 물론 당시는 젊었고 올해도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때의 기억을 살려 희망과 꿈을 가지고 2군에서 준비하겠다. 1군에 올라갈 때는 내 역할을 반드시 해내도록 하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