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치로는정말선구안이나쁠까?

입력 2008-05-19 10: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타자들은 스트라이크를 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칠 수 있는 공을 칠 뿐이다. 이는 스트라이크존의 규정이 모든 타자들에게 치기 쉬운 코스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자가 좋아하는 히팅존은 타자 고유의 스탠스와 위치, 타격자세, 스윙각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면,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어서 어퍼스윙을 하는 타자에게 몸쪽에 높은 스트라이크는 치기 쉬운 볼이 아니다. 이 타자에게는 무릎 높이에서 기가 막히게 떨어지는 유인구가 차라리 스윙하는데 용이할 것이다. 이러한 차이로 타자 고유의 히팅존과 스트라이크존 사이에는 일정한 괴리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 차이는 타자의 성향을 결정한다. 현대야구에서 가장 각광받는 타자는 스트라이크존과 히팅존이 일치하는 선수다. 이러한 타자는 스트라이크를 칠 수 있는 운동능력과 합쳐질 경우 도그마적 존재가 된다. 이에 가장 부합하는 타자는 베리 본즈다. 문제는 히팅존이 스트라이크존 보다 넓은 타자다. 흔히들 배드볼 히터라 불리는 경우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소극적이어서 히팅존이 스트라이크 존보다 좁은 타자도 있다. 이 지점에서 문제를 제기해 본다. 스즈키 이치로가 채드 크루터보다 공을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타자인가 하는 의문이다. ※선구안은 단지 공을 보는 총체적 능력 흔히, 배팅은 눈으로 한다는 말이 있다. 선구안을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선구안의 도구적 속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말이다. 선구안은 좋은 타격을 위한 도구일뿐, 선구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다. 타자는 워크를 얻어 내기 위해 타석에 들어서지 않는다. 워크는 단지 때릴만한 좋은 볼이 오지 않았을 경우의 부차적인 산물이다. 선구안을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하고 결과적으로 워크를 많이 얻는 능력이라고 한정해보자. 이 경우 배팅능력이 출중한 배드볼 히터는 볼을 치므로 선구안이 나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공을 보는 능력이 떨어지는 타자가 3할5푼을 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분명, 타격은 눈으로 하는 것인데 말이다. 선구안은 단지 공을 보는 능력이다. 그 대상이 스트라이크와 볼에 대한 판별일 수도 있고, 자신의 스윙으로 정타를 때릴 수 있는 지 여부에 대한 결정일 수도 있다. 또, 구질과 유인성 여부를 판단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선구안은 한마디로 공을 보는 총체적인 판단력과 동체시력이라고 하는게 옳다. 선구안은 영어로도 스트라이크존 판단능력(Strike-Zone Judgment)이라 하지 않고, 배팅아이(Batting eye)라 표현한다. ※배드볼 히터의 선구안은 어디로 가나 히팅존과 스트라이크존이 일치하는 타자는 간단하다. 이 능력이 높은 함량으로 워크수에 녹아 들어간다. 하지만, 히팅존이 광활한 타자의 경우 공을 보는 능력이 워크보다 정타를 치는 확률로 넘어간다. 자신이 때릴 수 있는 공을 정확히 선택했다면, 스윙의 결과가 양질의 타구로 이어질 확률을 높힐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뛰어난 배트 컨트럴과 합쳐진다면, 좋은 타구를 더 높은 비율로 생산가능하다. 여튼, 선구안은 전자의 경우 워크수로, 후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질좋은 타격행위로 이어진다는 해석이 받아들이기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히팅존이 넓으면서 선구안 자체도 좋지 않은 타자가 이를 상쇄할 배트 컨트럴도 없을 경우는 최악이다. 이럴 때는 펜웨이에서 숏을 보면 된다. ※선구안을 판단하는 스탯 워크로 순수 선구 능력치를 표현하기는 많이 부족하다. 워크는 선구안 이외에 타자의 인내심-게임 상황-후속 타자의 능력-자신의 장타력-투수의 경원에도 종속되는 스탯이다. 다른 요인에 의해 심각한 왜곡이 가능하다. 단지, 워크는 선구안과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를 보일 뿐이다. 또, 결정적으로 워크는 배드볼 히터의 능력을 표현하지 못한다. 단순한 클래식 스탯중에서 선구안과 가장 밀접한 관련성를 보이는 것은 SO/BB 비율이라고 생각한다. 워크수에 삼진수를 포함해서 간단한 가공을 거친 것만으로 유용성을 높힌다. SO/BB는 히팅존이 스트라이크존보다 극단적으로 넓은 공격적인 타자들의 선구안도 제대로 표현한다. 전성기 시절의 노마 가르시아파라와 스즈키 이치로, 블라디미르 게게로의 선구안은 SO/BB에 의하면 뛰어나게 나타난다. 워크도 적지만, 스윙할 공을 정확히 결정하기에 좋은 배트 컨트럴과 합쳐져 삼진수 또한 극단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이치로는 선구안이 좋은 타자 바람직한 타자는 스트라이크존과 히팅존이 일치하면서 이를 정확히 결정하는 푸홀스류의 타자들이다. 또, 부족한 배트 컨트럴을 선구안으로 커버해 높은 출루율을 유지하는 타자도 있다. 나는 워크를 많이 얻는 타자가 선구안이 좋은 타자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단지, 워크를 적게 얻는다고 선구안이 나쁜 타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떠한 명제가 참이라고 하여, 그 역 또한 참인 것은 아니다. 3할 5푼을 치는 타자가 워크수가 적다고 공을 보는 능력이 부족하다 하는 것과 SO/BB가 좋기에 공은 잘 보지만 단지 공격적일 뿐이다 하는 것 중 어떤 평가가 동의하기 쉬울까? 답은 여러분의 몫이다. 물론, 이런 타자들의 SO/BB가 좋은 것을 단지 배트 컨트럴이 좋아 삼진을 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당구다이 앞에서 길도 보지 못하는 초짜가 큐질이 좋다고 해서 가락구를 계속 넣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나 싶다. ☞ mlbpark 객원 칼럼니스트 [ 다나에 ]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