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인식 감독은 ‘재활공장장’으로 통한다. ‘한물갔다’는 비아냥을 듣던 선수는 물론 재기 불능으로 보이던 선수마저 기적적으로 부활시키는 신비(?)한 능력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활의 신’과도 같은 존재인 김 감독은 어떤 노하우를 지니고 있을까. 이미 정답을 알아챈 독자들도 있을 듯하다. 바로 ‘신뢰’다. 그럼 종교인도 아닌 김 감독이 무작정 믿음만으로 선수를 파악하고 대우하는 것일까. 그 답은 ‘노(no)’다. 선수의 잠재된 재능 또는 아직 시들지 않은 기량과 열정을 발견해내는 혜안을 바탕으로 집중적으로 물과 자양분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런 김인식 감독이 올해 주목하는 선수가 한명 있다. 아직은 신인급 선수다. 주인공은 ‘공포의 6번타자’로 불리는 김태완(24)이다. 더그 클락∼김태균∼이범호로 이어지는 한화의 막강 클린업트리오를 받쳐주는 또 한명의 클러치 히터, 바로 김태완이다.
○ ‘공포의 6번타자’ 납신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해 올해로 프로 경력 3년째에 접어든 김태완은 우선 체격이 당당하다. 키 190cm, 몸무게 98kg으로 타석에 들어서면 위압감이 넘친다. 큰 체격에 비해 유연성이 좋고, 배트 스피드 또한 빨라 스윙이 호쾌한 편이다. 게다가 감독의 신뢰가 더해져 올해는 부쩍 자신감도 붙은 상태다. 19일까지 올 시즌 43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5(132타수 35안타)에 9홈런 26타점으로 웬만한 4번타자보다 출중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한화를 상대하는 팀들은 한결같이 “피해갈 데가 없다. 특히 김태완이 6번으로 뒤를 받치고 있어 타선에 구멍이 없어 보인다”라며 잔뜩 경계심을 품고 있다.
물론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선수는 결코 아니다. 중앙고를 졸업할 당시만 해도 평범한 축에 들었는지 2002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8번, 전체 60순위로 한화에 지명되는데 그쳤다. 그러나 성균관대에 진학하면서 거포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김태완은 “중학 때까지는 키도 별로 크지 않았다. 그런데 고교 입학 후부터 부쩍 크기 시작했고 대학 졸업 때까지 자랐다. 키가 크면서 힘도 붙어 대학 4학년 때는 장타자로 통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2005년 전국대학선수권대회 5경기에서 5홈런을 쏘아올리며 홈런상과 타점상을 휩쓸었고, 그해 말 대학야구협회 선정 우수선수상마저 거머쥐었다.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늦지만 적어도 대학교 시절부터는 두각을 나타냈던 재목이었던 것이다.
○ 늦둥이, 귀염둥이, 순둥이
김태완은 ‘횟집 막내아들’이다. 서울 신정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부친 김유철(65)씨의 1남4녀 중 막내다. 위로 누나만 넷이었으니 대충 짐작할 수 있듯이 아버지 나이 마흔 넘어 얻은 아들이었다. 안타깝게도 어머니는 5년 전 병으로 별세했는데 김태완은 “중·고등학교 다닐 때 합숙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는 잘 안 켜시던 에어컨도 틀어주시고, 맛있는 음식을 해주셨다. 돌아가신 뒤 (남들과 달리) 야구가 잘 될 때면 부쩍 어머니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늦둥이 막내아들이었던 만큼 김태완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선수가 되겠다고 하자 부모님의 만류가 심했다. 김태완은 “고 1 때까지 부모님이 공부를 강조하셔서 과외수업을 받았다. 덕분에 수학과 영어는 성적이 좋은 편이었다. 두 과목은 반에서 5등 안에는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때문에 고 3 때에야 비로소 ‘평생 야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성격은 무척 순한 편이다. 그래서 지독하게 야구에만 매달려본 적도 없다. 김태완은 “대학교에 들어가자 훈련량도 많고, 분위기도 무척 엄해 잠시 야구를 그만두고 공부를 해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러다가 3학년 때 국가대표로 발탁되면서 ‘야구로 성공하고,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그는 “초등학교 짝꿍이 권해서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뚜렷하게 목표를 세운 적은 없었다. 볼보이가 좋아서 할 정도로 단지 야구가 좋았다. 지금도 야구 이외에 다른 흥미는 없다. 영화를 보다가도 야구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헌칠한 체격과 반듯한 이목구비 덕분에 대학 때는 모델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오로지 야구가 좋아서” 사양했다고도 한다.
○ 김인식, 이범호, 김태균…
얼마 전 김인식 감독은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가 왜 (제이콥) 크루즈를 버리고 (더그) 클락을 뽑았는줄 알아. 크루즈는 수비가 안 되잖아. 용병이 수비를 못하면 지명타자로밖에 안돼. 그럼 (김)태완이를 쓸 수가 없잖아.” 1루수인 김태완은 한화의 간판타자인 김태균과 포지션이 겹친다. 김태균은 1루 붙박이인데 크루즈 대신 들어온 클락이 지명타자로 나선다면 김태완의 설자리가 없는 것이다. 김 감독이 크루즈의 교체를 결정한 뒤 수비하는 용병타자를 염두에 둔 이유는 김태완을 지명타자로 내세워 장타력을 활용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한참 앞서가고 있는 김태균을 김태완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또 반쪽짜리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함께 잘 하면서 배우면 팀에 좋은 일이 아니냐. 물론 수비를 나가는 게 집중력 유지와 게임의 흐름을 읽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자기 역할을 잘 못하면서 그런 얘기를 하면 핑계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한화의 팀 분위기에 대해서는 역시 “부드럽고 적응하기에 편하다. 서로 잘 챙겨준다. 특히 이범호 선배랑 친하다. 부진할 때 조언도 잘 해주고 이것저것 세심하게 배려해준다”고 설명했다.
○ 욕심보다는 성실이 우선
지난해 65경기에서 타율 0.245, 4홈런, 12타점으로 가능성을 입증한 김태완이 올해 들어 비록 시즌 초반이지만 맹타를 휘두르는 데는 역시 비결이 있다. 장종훈 타격코치는 “스프링캠프에서 스윙 폭을 줄였다. 올해는 자신감도 붙고, 여유도 생겼다”고 분석한다.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모두 업그레이드됐고 결실 또한 보고 있는 만큼 요즘 그의 목표가 궁금했다. 또 병역면제혜택이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에 대한 꿈도 간직하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그러나 대답은 의외였다. 김태완은 “아버님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무엇을 하든 열심히, 그리고 편안히 하라’는 것이다. 아직 크게 이룬 것도 없는데 베이징올림픽까지는 욕심 안낸다. 목표가 있다면 부상 없이 전 경기에 출장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기록도 나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태완의 눈빛 속에서 꿈의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었다.
○ 한화 김태완은?
○ 1. 생년월일=1984년 1월 27일
○ 2. 출생지·출신교=서울·양목초∼신월중∼중앙고∼성균관대
○ 3. 가족관계=1남4녀 중 막내
○ 4. 신장·체중·혈액형=190cm·98kg·O형
○ 5. 프로 데뷔=2006년 한화(2002신인드래프트 2차 8번)
○ 6. 계약금·연봉=1억1000만원·3000만원
○ 7. 포지션·투타=1루수·우투우타
○ 8. 프로 첫 출장·홈런=2006년
5월 24일 대전 삼성전·
2007년 5월 3일 대구
삼성전
대전=정재우 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