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제주에서 열린 SK-우리전은 하루가 지난 21일에도 화제였다. 올 시즌 최장시간인 5시간 13분의 혈투, 우리 24명, SK 20명의 선수가 등장한 난전이었다. 그 가운데 연장 10회말 2사 2루에서 클리프 브룸바의 대주자로 나섰다가 홈에서 아웃된 제이슨 스코비가 단연 화제의 중심이 됐다. 우리 이광환 감독은 “야수 중에 발목이 아픈 송지만밖에 없어서 스코비를 기용했다”고 말했다. 투수 중에도 엔트리에는 21일 선발등판하는 장원삼과 18일 선발등판한 마일영밖에 없었다. 그런데 마일영이 조금은 섭섭했던지 “내가 대주자로 나갔으면 무조건 세이프 됐어요”라며 입맛을 다셨다. 스코비의 부인은 제주의 한 호텔에서 TV를 본 뒤 “우리 남편은 마운드에 있을 때는 멋진데 대주자로 나간 모습이 그렇게 초라할 수 없었다. 창피하다”며 농담성 문자메시지를 날렸다고 한다. 이광환 감독은 “스코비는 사실 3루를 밟지 않았어”라고 고백했다. 김성근 감독은 어땠을까. “내가 할 일이 뭐가 있어. 3루를 밟는지만 쳐다봤지. 발박자를 못맞추고 3루를 안밟더라고. 홈에서 세이프 선언이 됐으면 내가 안 참고 뛰어나갔을 거야”라며 웃었다. 제주=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