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꿈꾸는17세리듬체조요정신수지“金을향한댄스…강심장담금질”

입력 2008-05-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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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강수진(41)의 발은 옹이처럼 튀어나온 뼈마디로 유명하다. 발가락 끝이 앞을 향하는 일반인의 걸음과는 달리 발레의 스텝은 바깥쪽을 향한다. 부자연스러운 동작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과정에서 우아한 몸동작과 발에 대한 콤플렉스를 동시에 얻었다. 인터뷰 중간 얼핏 본 신수지(17)의 발은 강수진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예쁘지 않은 발 때문에 속상한 적은 없느냐”고 물었다. 신수지는 잠깐 뜸을 들였다. “리듬체조 선수라면 누구나 이렇죠. 리듬체조는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스포츠이니까요.” 잠깐 동안의 사진촬영에서 신수지는 일반인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유연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머리 뒤로 넘긴 발이 유별나 보이지는 않았다. 신수지의 발은 단지 몸짓으로 소통한 흔적이었기 때문이다. ○리듬체조는 내 운명 신수지는 어릴 적부터 움직이기를 좋아했다. 학교에서는 운동장 늘임봉을 혼자 오르락내리락. 어머니 문광혜(53)씨는 “어디서 저런 딸이 나왔을까 싶었다”며 웃었다. 신수지의 외가는 음악가 집안이다. 외할아버지는 성악가였고, 이모도 작곡을 전공했다. 반면 신수지의 친가는 운동을 즐긴다. 아버지는 기계체조를 한 적이 있고, 친할머니는 게이트볼 실력이 수준급이다. 리듬체조 TV중계를 보면서 몸을 들썩이던 딸이 “저 운동을 시켜달라”고 조르자 어머니도 결심을 했다.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종목을 택했으니 결국 양가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을 모두 발휘한 셈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지금까지 신수지를 지도하고 있는 김지희 코치를 처음 만났다. 출발이 늦었던 만큼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신수지는 “처음 1년 동안은 하루도 안 빼놓고 13시간씩 훈련했다”고 회상했다.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나간 체조협회장배대회에서 볼 부문 3위를 차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니어대회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리본·볼·후프·줄·곤봉 리듬체조에는 리본·볼·후프·줄·곤봉 중 5종목이 있다. 국제체조연맹(FIG)시니어대회 개인전에서는 2년을 주기로 한 종목을 제외하고 4종목의 기량을 겨룬다. 2007·2008년에는 볼 종목이 빠졌다. 신수지는 “리듬체조는 수구(手具)를 사용하기 때문에 머리 회전이 좋아야 한다”고 했다. 작은 실수에 민첩하게 대응하면 감점이 적어지기 때문. 수구에는 각자의 매력이 있다. 신수지는 “리본은 코일의 턴, 볼은 유연성, 줄은 점프가 중요하다”면서 “리본은 부드러움을, 줄은 강함을 표현한다”고 했다.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은 리본. 2007년 9월 그리스 파트라스에서 열린 제28회 세계리듬체조선수권대회에서 세계최초로 9회 연속 백일루션(Back Illusion, 한쪽 다리를 축으로 중심을 잡고, 나머지 다리를 360도 수직 회전시켜 원을 만드는 동작) 기술을 성공시켰던 것도 리본종목이었다. ○베이징올림픽을 넘어서 신수지는 이 대회에서 17위를 차지하며 상위 20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한국리듬체조의 올림픽출전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김유경·윤병희 이후 처음. 2007년이 신수지가 시니어대회에 나선 첫 해라는 것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무한하다. 신수지는 9일부터 11일까지 프랑스 콜베일-에손느에서 열린 월드컵시리즈에서 15위, 16일부터 18일까지 벨로루시 민스크에서 열린 월드컵시리즈에서 13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벨로루시에서는 특별상까지 수상했다. 프랑스 월드컵시리즈에 참가하기 직전 모스크바에서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둔 영국언론이 신수지를 취재했다. 영국에서는 이미 베이징올림픽 리듬체조 최연소출전자인 신수지를 주목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일리나 알렉산드로바 비노르 FIG리듬체조부위원장은 “신수지는 타고난 유연성에 정확한 기술까지 구사한다”면서 “한국에서 다시는 나올 수 없는 선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수지는“몸만 따라준다면 2016년 올림픽까지 뛰고 싶다”고 했다. 목표로 삼는 선수는 2007년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한 우크라이나의 체조요정 안나 베소노바(24).보완할 점은 “경기를 즐기는 것”이다. 콜베일-에손느 월드컵시리즈에서 후프·줄·곤봉 1위를 차지한 예브게니아 카나에바(18·러시아)는 신수지와 비슷한 또래지만 “실전을 뛰는 것이 즐겁다”고 할 정도로 강심장이다. 하지만 신수지는 “새로운 난이도를 익혀가는 것은 즐기지만 아직 실전에서는 많이 떨린다”고 털어놓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는 몸짓으로 말하는 리듬체조”라고 단언하는 신수지. “어떤 음악을 들어도 몸이 먼저 움직인다”고 한 것처럼 어느 장소에서도 관중과 소통할 수 있다면 올림픽 메달의 꿈도 머지않아 보였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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