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시행착오도 많았다. 스물 한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주전을 꿰찼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시간은 헛되이 흐르지 않는다. 강민호에게는 경험과 자신감이 쌓여만 갔다. 어떤 팀의 어떤 타자를 상대해도 척척 요리해낸다. 투수의 컨디션에 따라 적절히 볼배합을 바꾸는 데도 능숙해졌다. 때로는 ‘어떤 공을 요구해도 얻어맞을 것 같은 날’이 있다. “그럴 땐 정말 ‘에라 모르겠다. 쳐라’는 심정으로 막 리드해요. 그런데 오히려 그럴 때 결과가 좋더라고요.” 몸으로 익힌 위기 타개책이다.
여전히 극복하기 힘든 것도 물론 있다. 박빙의 승부에서 역전을 허용했을 때의 상처다. 사람들은 종종 마운드에 서 있는 마무리 투수의 중압감에만 주목하지만 배터리를 이뤘던 포수도 그만큼 힘들고 괴롭다. 새벽까지 잠 못 이루고 뒤척이기 일쑤다.
롯데 마무리 임경완이 계속되는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할 때면 강민호의 속도 함께 타들어갔다. 하지만 1점차 승리를 지켜낸 임경완이 “두 배로 고맙다”며 통닭 두 마리를 사주던 날, 강민호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그 통닭을 먹어치웠다.
○‘인간’ 강민호
KIA 투수 양현종은 22일 광주구장에서 강민호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민호형은 정말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고 중얼거렸다. 살가운 성격의 강민호는 선배와 후배들, 심지어 취재진들에게까지 두루 호감을 산다. 스스로 말하는 인기의 비결은 단순하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어서”란다. 그런 강민호도 우울할 때가 있다. 팀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다. 4월에 돌풍을 일으켰던 롯데는 5월에 들어서면서 또다시 주춤했다. 최근 몇 년 간 비슷한 경험을 했던 선수들의 어깨가 축 처졌다. 강민호는 “야구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고 매 경기 부담감이 컸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번엔 진짜로 다를 모양이다. 롯데는 21일 광주 KIA전을 기점으로 단숨에 5연승을 달렸다. 선두 SK와의 원정 3연전까지 싹쓸이하고 2위 두산을 1.5게임차까지 추격했다. 강민호도 덩달아 웃음을 되찾았다. 27일 현재 타율 0.329(10위), 홈런 9개(공동 6위), 33타점(공동 6위). 팀과 함께 상승하고 있는 강민호의 올 시즌 성적이다.
강민호는 “팬들의 변함없는 사랑 때문에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만원관중이 들어찬 사직구장에 ‘강민호송’이 울려퍼지면 피곤해서 축 늘어져있던 몸에 갑자기 기운이 솟구치는 게 느껴진다는 말과 함께였다. “아마 제 홈경기 타율이 원정경기 타율보다 훨씬 좋을 걸요?” 정말 그랬다. 강민호는 홈경기에서 0.342, 원정경기에서 0.316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의 강민호’가 자랑스럽게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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