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의야구속야구]‘잘해야본전’… 심판의속앓이

입력 2008-05-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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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1시간30분 전. 라커룸 한편에서 한 손에는 선수들 데이터를 들고 혼자 뭐라 중얼거리면서 잔뜩 긴장하고 있는 사람들을 엿볼 수 있다. 게임을 하는 선수도 아닌데 무얼 그렇게 준비하는지 굉장히 분주하다. 다름 아닌 그날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원들이다. ‘게임하는 선수들도 아니면서 매일 저렇게까지 준비해야할까?’ 라고 여러 번 생각해본 적이 있지만 지금은 하루의 일과 중에 매일 보는 한 부분이다. 프로생활 25년 동안 심판원들하고 가깝게 있어본 게 최근의 일이어서 처음에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필자가 올해부터 경기운영위원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알게 된 부분이고 어떤 생각으로 게임에 준비하는지도 깨닫게 됐다. 선수 때도 그랬고, 코치나 감독 때도 승부에서 이기는 데만 초점을 맞추었으니 심판들의 생활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었다. 게임이 시작되면 심판원들은 그날 아무 사고 없이 게임을 진행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 선수들이 납득하고 팬들이 인정하는 정확한 판정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게임 전 준비하는 자세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잘해야 본전 밖에 안되는 심판원. 그들이 아무리 매끄럽게 게임을 잘 진행했다고 해도 심판원에게 “잘했다, 수고했다”라는 말 한마디 건네는 사람이 없다. 인간이기 때문에 선수가 본헤드플레이를 하듯, 심판원들도 오심을 할 때가 간혹 있다. 판정은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엉뚱한 착오가 나올 때도 있다. 심판들은 죽을 맛이다. TV에서는 판정 장면을 계속 리플레이하고, 관중들의 비난과 어필은 계속 이어진다. 참 힘든 부분이다. 하지만 분명 그 순간 심판원은 소신을 가지고 판정했으리라 믿는다. 요즘은 초고속 슬로비디오라는 첨단장비가 도입돼 육안으로는 도저히 판단할 수 없는 부분까지 보여준다. 최첨단 장비와 비교가 되니 심판들은 더 힘들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심판원들도 게임에 집중하고 공정한 판정을 내리기 위해 요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한 번의 실수로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야 하고, 본인은 물론 가깝게는 가족들까지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게임하면서 파울볼 때문에 크고 작은 부상도 마다하지 않고 매일 공정성과 씨름하고 있는 심판원들. 그들도 기계가 아닌 인간이다. 지난 시간 심판 파동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모든 걸 잊고 단합해서 게임에 몰두하는 심판원들의 모습을 보며 애처로움을 느끼곤 한다. 올해 벌써 200만 관중을 훌쩍 넘어 500만 유치를 위해 한걸음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이 시점에 어느 심판원이 안이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많은 관중들이 지켜보고 있고 믿음을 가지고 뛰는 선수들에게 좀 더 정확한 판정을 내리기 위해 오늘도 모든 심판원들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는 말이 있다. 믿고 기다리다 보면 오늘보다 내일은 더 매끄러운 경기진행이 이뤄질 것이다. 심판원들은 다음의 게임을 위해 오늘도 상대선수들을 체크하면서 밤늦은 야간에 이동할 것이다.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2007년 현대 감독을 맡았다가 외풍 때문에 키를 놓았지만 뚝심과 저력은 그대로다. 외풍을 겪어봤기에 할 말도 있다.언젠가 다시 키를 잡겠지만 맞바람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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