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주특기 중 하나는 개인의 아픔을 잊어버릴 만하면 되새겨준다는 점이다.
LA 다저스 박찬호는 5월31일(한국시간) 루키 클레이턴 커쇼와 팀을 4연패의 늪에서 구했다.
그런데 기자들에게는 박찬호의 승리보다 7회말 뉴욕 메츠 좌익수 페르난도 타티스(33)와의 대결이 더 관심이었다. 9년 전 다저스타디움에서 있었던 박찬호-타티스의 악연 때문이다. 1999년 4월 23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3루수 타티스는 3회초 다저스 선발 박찬호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이나 다름없는 한 이닝 2개의 만루홈런을 때렸다. 박찬호는 이 경기에서 2.2이닝 동안 8안타 11실점(6자책점)을 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만루홈런을 2개나 맞도록 투수를 바꾸지 않은 당시 다저스 감독은 데이비 존슨이었다.
타티스는 이 해 34개의 홈런에 타점 107개로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다. 그러나 이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고, 박찬호가 프리에이전트로 리그를 바꿔 다시 만날 기회가 없었다. 지난 해는 박찬호처럼 한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뛰었고 지난 달 21일 뉴욕 메츠 트리플A에서 승격돼 빅리그 유니폼을 입고 있다.
박찬호는 이날 경기 후 mlb.com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내 인생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9년만에 재대결에서 박찬호는 타티스에게 우중간 안타를 허용했다. 통산 전적도 박찬호가 약하다. 11타수 6안타(0.545) 2홈런 8타점 2볼넷 1삼진이다.
다음날인 1일 FOX-TV는 다저스-메츠전을 미 전역으로 중계했다. 여기서도 박찬호가 9년 전 타티스에게 한이닝 만루홈런 2개를 허용한 장면이 생생하게 재현됐다. 조 벅 캐스터와 팀 맥카버 해설자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며 박찬호와 타티스의 악연을 되짚었다.
세월이 흘러 어디서 다시 만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박찬호와 타티스는 메이저리그 기록의 난에 나란히 이름이 남아 있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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