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태어나서 한번 정도는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직업으로 해군제독, 오케스트라 지휘자, 그리고 프로야구감독을 거론하곤 한다. 되기도 어렵지만 훌륭하게 이끌기는 더욱 어렵다. 이 직업의 공통점은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무한대라는 것이다. 또한 개성이 다른 많은 사람을 조화롭게 끌고나가야 한다는 점도 있다. 그런데 왜 하필 프로야구감독인가? 프로야구는 단체종목 중에서 선수단의 규모가 가장 큰 편이다. 또한 다른 종목과는 달리 12∼15 명 정도의 거대한 코치진이 존재한다. 코치 중에는 심복도 있고, 차기를 노리는 라이벌도 있다. 본질적으로 헤게모니 싸움이 상시적으로 일어나곤 한다. 특히 하위팀들은 내부의 적으로 인해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선수단과 코치들을 하나의 목표를 향해 조화롭게 이끌고 가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야구감독은 정말 외롭고 힘든 자리이다. 그러하기에 더 도전해 볼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여기에서 오랫동안 논쟁이 되어왔던 질문 하나. 팀의 승수에 감독은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가? <뉴욕타임스>의 야구칼럼니스트 레너드 코페트는 오래전 “야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전제조건하에서는 감독은 팀 승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도 감독하기 나름이다”라는 이율배반적인 주장을 한 적이 있다. 즉 정답도 없고 계량적 평가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리라. 따라서 프로야구감독은 하루하루 작전에 의한 승패보다는 선수단의 최대치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 대타를 기용하고, 투수를 적시에 교체하는 것 등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평생을 야구와 씨름하고 연구해온 프로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옳은지는 경험을 통해 인지하고 있다. 특히 현대야구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현미경처럼 분석하기에 어떤 작전을 펼치는가는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감독은 자신의 야구도 중요하지만 맡고 있는 팀이 역사속에서 이룩해온 팀문화를 존중하고 선수의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생팀일 경우에는 감독의 색깔을 창조할 수도 있겠지만, 역사가 오래된 명문팀은 그 팀만의 색깔과 감독의 색깔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전통이 있는 팀은 그 팀 출신 감독과 코치가 이상적인 조합이며, 외부수혈로 감독을 영입한다 하더라도 코치진 만큼은 자기팀 출신들이 일정부분 맡는 것이 필요하다. 감독은 왔다 떠나지만 팀의 색깔과 정체성은 항구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는 두산 베어스 정도가 팀 정체성과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가 합치되는 느낌을 준다. 김인식, 김경문 감독을 거치면서 두산은 성적과 상관없이 확실히 ‘자기색깔’이 보인다. 반면에 일부 팀들은 팀과 감독간에 인지부조화가 확연히 느껴진다. 프로야구 선수는 야구에 자기인생 건 사람들이다. 야구가 안 풀리면 본인이 가장 괴롭고 힘들다. 현대야구에서 감독의 역할은 선수들의 최대치를 어떻게 이끌어내는가에 달려있다. 채찍질로 일관하는 일부구단 감독들은 좀 더 크게 볼 필요가 있다. 야구란 결국 선수들이 하는 것 아닌가! 감독의 역할에 대해 본질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전용배 -동명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