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하니!”…‘한국단거리기대주’이선애

입력 2008-06-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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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2회 전국육상선수권 여자100m 결승. 스탠드에서는 잔뜩 찌푸린 날씨만큼이나 굳은 표정으로 한 소녀가 멍하니 트랙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도 언니들이랑 뛰고 싶은데….” 두터운 점퍼를 입은 소녀는 거친 기침소리와 함께 탄식을 내뱉았다. 이선애(14·대구서남중 2년·사진)는 작은 키의 단거리 여중생선수라는 것부터 들끓는 투지까지 ‘달려라 하니’의 주인공을 빼닮았다. 22년째 철옹성 같은 여중생 100m 기록은 11초99. 이선애는 5월 김천에서 열린 종별선수권에서 타이기록을 세운 뒤 광주에서 열린 소년체전에서 11초74를 끊었다. 하지만 두 번 모두 2.0m/s 이상의 뒷바람 때문에 공인받지 못했다. 대구에 도착한 이선애는 심한 몸살을 앓았다. 링거 주사를 맞으며 4일 예선에 참가했지만 결승은 권혁찬(37) 코치의 만류로 포기했다. 권 코치는 “기록보다 사람이 먼저”라며 아쉬워했다. 이선애의 예선기록(12초36)은 결승 3위보다 빨랐다. 2008년 여자부에서 나온 5번의 11초대 기록 가운데 2개가 이선애의 것. 이선애는 162cm에 47kg의 왜소한 체격이지만 순발력이 뛰어나다. 여자100m 한국기록(11초49·1994년) 보유자 이영숙(안양시청) 코치는 “몸의 탄력이 타고 났다”면서 “어떻게 다듬느냐가 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권혁찬 코치는 “오버페이스를 하면 선수생명이 짧아질 수 있다”며 “성장판이 아직 열려있기 때문에 욕심내지 않고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 헬싱키세계선수권 여자 100m 우승자 로린 윌리엄스(미국)의 키는 157cm에 불과하다. 이선애는 ‘한국의 로린 윌리엄스’를 꿈꾼다. 초등학교 4학년 때 140cm에 불과했던 이선애는 160cm가 넘는 동년배들과 겨뤘다. 처음에는 위축되기도 했지만 “이기면서 자신감을 키웠다”고 했다. 이선애는 “키가 조금 더 크고, 웨이트도 하면 한국기록도 자신 있다”며 눈망울을 밝혔다. 대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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