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성근 감독이 최근 발생한 ‘윤길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19일 잠실 두산전에 결장을 자청한 소식을 전해들은 다른 구장의 야구인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리 이광환(사진) 감독은 “어쩌겠나. 선수는 욕먹을 만큼 욕먹었고, 감독도 달리 사태를 진정시킬 방도가 없으니….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미국은 그라운드에서 선후배가 없지만 우리나라의 정서는 다르지 않은가. 타자 몸쪽에 위협적인 공이 날아가면 투수가 미안하다는 제스처만 취해도 야구하는 선후배끼리 이해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요즘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신인선수들을 모두 불러 교육을 하고 있지만 사실 구단차원에서 시즌 전에 선수들의 예의범절에 대한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 양준혁은 “사실 선수 사이에 벌어진 일이고, 윤길현이 거듭 사과하고, 상대도 용서를 한 상태라면 그쯤에서 일이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감독님까지 결장하는 일은 좀…”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린 뒤 “자칫 한번의 실수로 젊은 윤길현이 자신감을 잃을까봐 걱정이다. 이제 용서해주고, 다른 선수들도 앞으로 그라운드에서 행동이나 몸가짐을 더욱 조심해야한다”고 말했다. 삼성 선수들은 최근 4개구장 경기가 모두 생중계되고, 방송사마다 여기저기 카메라를 설치해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뒤쫓는 상황을 얘기하며 “투수는 홈런을 맞을 때, 타자는 삼진을 당할 때 스스로에게 화가 나 주로 욕을 하게 되는데 그대로 카메라에 잡힌다”며 서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나눴다.
이날 목동구장의 야구인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한탄하면서도 야구계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목동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