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지터…빅게임엔위대했다

입력 2008-06-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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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이뽑은‘가장과대평가된선수’…‘양키스리더’데릭지터의두얼굴
미국은 스포츠 천국이다. 경기장 외에서 벌어지는 스타들의 장외 돌출, 돌발 언행으로 팬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소식을 접한다. 지난 주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지(SI)에 동료 선수들이 뽑은 ‘데릭 지터는 가장 과대평가(overrated)된 선수’라는 보도로 뉴욕이 한참 시끄러웠다. 뉴욕 팬들 뿐 아니라 야구팬들의 반응도 다양하게 드러났다. 정작 본인은 SI지의 보도에 “할 말 없다. 당신들이나 웃고 즐겨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 뉴욕 양키스 지터에 대한 과대평가 여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들이 해마다 지터를 과대평가 선수로 꼽았다. 그러나 동료들이 과대평가됐다고 확인을 해준 터라 충격파가 크다. 그렇다면 지터는 과연 과대평가된 선수일까. 그렇지 않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 과대평가돼 있다. 올해 34살인 지터의 연봉은 1890만 달러(189억원)다. 2000년 뉴욕 양키스가 10년 1억8900만 달러에 장기계약을 했다. 총 연봉 규모에서 알렉스 로드리게스 2억7050만달러에 이어 2위다. 로드리게스의 연봉이 최고인 점은 역시 홈런 때문이다. 아메리칸리그 MVP를 3차례나 수상한 공인된 슬러거다. 199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로드리게스는 22일(한국시간) 기준으로 통산 타율 0.307, 532홈런,1544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터는 ‘애버리지 히터’다. 로드리게스보다 1년 늦게 데뷔한 지터의 통산 성적은 타율 0.316, 199홈런, 965타점이다. 로드리게스와는 엄청난 기량 차이를 보인다. 양키스타디움에서 시즌 평균 15개 홈런과 74개의 타점을 기록한 셈이다. 선수 최고의 상인 MVP를 한차례도 수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봉이 두번째로 높으니 과대평가됐다는 반응을 보일 만하다. 한 때 지터는 로드리게스, 노마 가르시아파라와 함께 아메리칸리그 유격수 3총사로 꼽혔다. 이 때도 공격 면에서는 지터가 가장 처졌다. 뉴욕이라는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했다. 오히려 안티 지터 팬들은 2002년 AL MVP를 수상한 미겔 테하다(현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유격수 3총사에 더 어울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지터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을 한다. ○ 지터는 명예의 전당감 후보다 정규시즌 지터의 성적을 고려하면 과대평가됐다는 일부 주장이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지터가 그동안 걸어온 길과 월드시리즈를 포함한 총체적인 야구를 기준으로 한다면 절대 과대평가돼 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뉴욕 양키스의 ‘보스’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80년대 1루수를 지낸 돈 매팅리 이후 팀에 캡틴을 두지 않았다. 매팅리는 91년부터 95년까지 양키스 캡틴을 역임했다. 스타인브레너는 2003년 6월에 지터를 양키스 캡틴으로 임명했다. 팀의 11번째 캡틴이었다.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지터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지터는 루키였던 96년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후 4년 사이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3차례나 추가했다. 지터의 원맨쇼로 양키스가 월드시리즈에 4차례 정상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그가 보여준 큰 경기에서의 기량과 리더십은 절대 과소평가될 수가 없다. 이 점이 로드리게스와 다른 점이다. 시애틀 매리너스, 텍사스 레인저스 때의 활약을 고려하면 로드리게스는 리더로서 자질이 부족하다. 팀 성적은 뒷걸음질 쳐 ‘로드리게스의 저주’라는 비난도 들었다. 지터는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뒤 루키 때부터 한차례도 거르지 않고 포스트시즌에서 뛰었다. 6차례 월드시리즈에서의 통산 타율이 0.302, 3홈런,12타점,27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25차례 치른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타율 0.309, 17홈런, 49타점,85득점을 작성했다. 정규시즌보다 오히려 큰 경기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정규시즌에서 최고의 파워배팅을 자랑하는 로드리게스는 정작 팬들이 기다리는 포스트시즌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해 지터와 대조를 이뤘다. 지터가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수비의 미기 플레이는 톱10을 뽑아도 될 정도다. 2001년 오클랜드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1루 선상에서 컷오프맨이 돼 포수 호르헤 포사다에게 토스해 주자 제레미 지암비를 아웃시킨 장면은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플레이로 꼽힌다. 몸을 날리는 허슬플레이도 일품이다. 지난 주 보스턴 레드삭스 커트 실링이 어깨 수술로 사실상 현역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실링의 명예의 전당행을 반반으로 보고 있다. 통산 216승 146패 방어율 3.46은 명예의 전당을 보장받을 수 있는 성적이 아니다. 그러나 그가 포트시즌에서 보여준 11승2패, 방어율 2.23의 성적은 쿠퍼스타운행을 당연히 보장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지터 역시 절대 과대평가돼 있지 않다. 현역 선수 가운데 월드시리즈를 4차례 우승한 선수로는 양키스 멤버외에 없다. 지터는 꾸준히 3할대를 유지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이 타율을 그대로 지켰다. 지터는 해결사였고, 팀의 리더였다. 지터의 기록은 분명 미키 맨틀, 조 디마지오와 견줄 수가 없다. 그러나 양키스의 전통과 자존심을 이어준 캡틴은 바로 지터였다. 선수 최고의 목표는 우승이다. 지터를 우승청부사라고 해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LA=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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