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억분납‘물밑합의’오판빌미

입력 2008-07-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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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와 우리 히어로즈 구단이 가입금 1차 분납액 24억원의 ‘조건부 거래’를 놓고 구체적으로 논의했음이 확인됐다. ‘12억원 선납 후 양자간에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한 시점에 나머지 12억원을 지급하겠다’는 우리 구단의 제안에 대해 KBO가 초기에는 수용 의사를 통보했던 것이다. KBO 하일성 사무총장(사진)은 24억원의 지급방식 및 시기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자 3일 양자간의 협상과정을 보다 상세히 공개했다. 하 총장에 따르면 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KBO 이상일 총괄본부장과 히어로즈 남궁종환 이사가 마주한 실무접촉에서 ‘24억원의 2회 분할 납부’가 최초로 거론됐다. 당시 히어로즈측은 ‘먼저 12억원을 2일 납부하고, 나머지 12억원은 에스크로 계정으로 묶어놓은 상태에서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한 뒤 건네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이상일 본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하 총장은 “수락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히어로즈측이 수십분만에 다시 ‘24억원 전액을 에스크로 계정으로 묶어놓고 계약서를 작성한 뒤 완납하겠다’며 첫 제안을 뒤집자 KBO도 강경 방침으로 돌아섰다. 하일성 총장은 “KBO가 조건 없는 완납을 강력히 요구하자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가 1일 저녁 KBO로 찾아와 ‘먼저 12억원을 내고, 나머지는 계약서 작성 후에 현금으로 납부하겠다’고 수정제안을 했으나 역시 즉각 거절했다”고 밝혔다. 하 총장은 또 “계약서의 내용(조건)도 당초에는 ‘회원사의 권리를 빼앗지 말아 달라’는 정도 뿐이어서 별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KBO는 하루 뒤인 2일 ‘24억원 전액을 조건 없이 7일까지 완납하지 않으면 야구규약대로 처리하겠다’는 최고장까지 발송해가며 히어로즈측을 강력히 압박했지만 양자간 접촉 과정에서 상대가 상황을 오판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꼴이다. 한편 3일 예상됐던 이장석 대표의 KBO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히어로즈측은 KBO로는 정식으로 기별하지도 않은 채 3일 오후까지 직·간접적으로 이 대표의 KBO 방문을 예고했지만 끝내 공수표가 됐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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