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그 비지오(전 휴스턴)가 메이저리그 사상 최다 몸 맞는 볼 신기록(김병현에게 사구를 맞고 이뤄졌다)을 세웠을 때, ‘축하가 맞는지 위로가 맞는지 헷갈린다’고 어느 미 언론은 촌평했다. 이와 흡사한 일이 11일 한화전을 앞두고 우리 히어로즈 덕아웃에서도 일어났다. 2년차 포수 유선정이 전날 목동 롯데전에서 친 우익수 앞 땅볼이 그것이었다. 놀려야 되는지 위로해야 되는지 반응이 갈렸다. 우익수 앞으로 빨랫줄 타구를 보내고도 너무 잘 맞은 탓에 전진수비를 펼친 롯데 우익수 카림 가르시아의 호송구에 걸려 1루에서 아웃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마땅히 안타가 됐더라면 유선정의 시즌 1호이자 데뷔 이래 2번째 안타일 수 있었다. 팀 관계자는 “가르시아도 내심 미안했던지 타석에 들어가면서 포수인 선정이를 향해 ‘미안해(sorry)’라고 하더라. 그런데 선정이가 못본 척하더라”며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친한 동료는 유선정의 소감을 들으러 기자들이 몰리자 “창피한 놈”이라며 놀림 섞인 위로를 보냈다. 이택근은 “메이저리그까지 갔다온 선수가 그렇게 야구하면 안 되지”라며 가르시아를 비난(?)했다. 유선정은 “친 순간 감이 안 좋았다. 가르시아가 유난히 가까워 보여 전력질주해봤지만 아웃됐다”라고 당시의 ‘봉변’을 회고했다. ‘장채근 배터리코치가 러닝훈련을 더 시켜야겠다’는 농담에 이순철 수석코치의 반응은 더 걸작이었다. “그 나물에 그 밥이야. 장 코치는 현역 때 중견수 땅볼도 쳤다니까.” 대전=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