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의야구속야구]투구폼도개성시대

입력 2008-07-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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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도 기성복이 있고 맞춤복이 있듯 투수에게도 특정 선수의 투구폼을 따라하는 투구폼과 자신만의 틀에 맞추어진 완벽한 맞춤형 투구폼이 있다. 투수는 자신의 모든 조건(신체·힘)이 맞아떨어지는 투구폼이라야 최상의 피칭을 할 수 있고 부상도 피해 갈 수 있다. 그리고 많은 투구에도 쉽게 지치지 않는 장점을 가질 수 있다. 투수의 보폭은 얼마인가? 팔 각도는 어느 정도인가? 하체의 이동은 잘되는가? 상체가 앞으로 쏠리지는 않는가? 착지하는 발이 오픈되지 않는가? 이동하는 상체 중에 왼쪽 어깨는 열리지 않는가?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을 코치와 선수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는다. 선수가 원하고 가장 편안한 투구폼으로 수정하는 것이 맞춤형 투구폼이다. 이렇게 만들어내는 투구폼은 신인들보다는 기존 선수들이어야 한다. 신인들의 경우 섣불리 투구폼에 손대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장·단점을 충분히 파악한 뒤에 투구폼 수정을 해도 늦지 않다. 예전에는 투수코치의 성향에 따라 상체를 중요시하는 메이저리그식이나, 하체를 중요시하는 일본식으로 투수들의 투구폼이 결정됐다. 그리고 그렇게 훈련을 시켰다. 그랬기 때문에 코치 한 명이 바뀌면 전체 투수들의 투구폼이 바뀌는 일이 많았다. 자기만의 투구폼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나마 성적을 내는 몇 명을 제외하면 투구폼에 대한 선택권은 투수에게 없었다. 물론 필자도 코치 초년병 때 그런 생각을 가지고 투수들을 관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월과 야구의 흐름이 바뀌고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가는 요즘에는 모든 것이 선수의 눈높이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이런 고정관념이 깨지고 선수들과 함께 하는 맞춤형 투구폼이 등장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코치와 선수의 대화다. 선수가 원하는 투구폼, 선수가 가장 편안하게 던질 수 있는 자세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부상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고 선수의 리듬이 깨져도 금방 찾을 수 있는, 말 그대로 맞추어서 만들어내는 투구폼이기 때문에 선수나 코치는 불만이 발생하지 않는다. 투수는 연령과 힘에 따라 투구폼을 조금씩 자연스럽게 변화시키며 안정된 훈련을 통해 금세 적응할 수 있다. 선수는 마운드에서 훌륭한 피칭으로 보답하고 코치는 선수로 인해 능력을 인정받을 때 팀의 성적은 수직상승한다. 코치는 하루 10시간 운동장에서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도 선수가 능력을 표출하지 못하면 능력 없는 코치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단 1시간이라도 선수의 마음을 움직여 그 능력을 마운드에서 나타낼 때 코치의 임무를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맞춤형 투구폼만이 아니라 모든 면이 그렇다. 똑같은 눈높이, 똑같은 생각으로 코치와 선수가 하나가 될 때 성공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감독 첫해 외풍 때문에 키를 놓았지만 뚝심과 저력은 그대로다. 외풍을 겪어봤기에 할 말도 있다. 언젠가 다시 키를 잡겠지만 맞바람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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