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당7만6천원…베이징메달로설움푼다

입력 2008-08-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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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속수비전술등막판담금질
여자배구의 올림픽 행 좌절로 여자농구대표팀은 여자 프로구기종목의 자존심을 지켜내야 할 책임을 떠맡았다. 핸드볼·하키와 같은 배고픔은 이들에게 먼 얘기다. 대표선수 가운데는 정선민(2억3500만원), 변연하(2억3000만원) 등 억대 연봉자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올림픽 때만큼은 편안한 프로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대표팀은 여러 곳을 전전하다 겨우 안산와동체육관에 터를 잡고 훈련한뒤 7일 현지로 떠난다. 1984LA올림픽 은메달, 2000시드니올림픽 4강의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여자농구대표팀을 만났다. ○ 오프시즌도 반납하고 병역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선수수당과 숙식비, 숙박비 명목으로 대표선수가 받는 하루 7만6000원 이외에는 들어오는 돈도 없다. 태릉선수촌으로 들어오는 정·재계의 격려금도 이들에게는 먼 얘기. 하지만 불평은 없다. 정선민은 “그래도 우리는 평소에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지 않느냐”면서 “금메달 유망종목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오히려 올림픽 때는 이들도 메달유망주의 팬이 된다. 정선민은 “1998방콕아시안게임 때 박찬호와 기념촬영을 해 좋았다”면서 “이번에는 박태환의 사인을 받을 수 없겠냐”며 웃었다. 여름시즌은 프로선수들이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을 하는 시기. 대표팀은 정선민, 김영옥(34·KB국민은행), 이종애(33·삼성생명), 박정은(31·이상 삼성생명), 진미정(30·신한은행) 등 30대 선수가 주축이다. 김영옥은 “올림픽 이후 9월 한 달 간 쉬고 시즌 준비에 들어가면 체력적인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박정은, 이종애, 김영옥은 주부선수다. 1년 중 가족과 함께 하는 유일한 시기도 사라졌다. 하지만 대표팀에는 활기가 넘쳤다. ○ 매치업프레스로 승부 지난달 말 안산와동체육관. “야, 8번으로 가.” 홍대부고 남자농구팀과의 연습경기, 2쿼터가 시작되자 정덕화(45) 감독의 목소리가 커졌다. 8번작전은 대표팀의 악착같은 매치업 프레스. 당황한 홍대부고 선수들은 연신 턴오버를 범했고, 변연하(28·KB국민은행)는 4개의 3점슛을 림에 꽂았다. 10점 차 이상 뒤졌던 점수는 금세 뒤집혔다. 정덕화 감독은 “상대 선수들이 워낙 장신이라 스크린이 걸려도 스위치수비를 하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상대 가드진이 우리 센터진과 붙어도 높이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것. 정 감독은 “어차피 정선민, 신정자(28·금호생명), 김계령(29·우리은행), 이종애가 골밑에서 분발해 주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면서 “센터진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블록슛을 당하더라도 과감하게 슛을 던지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수비전술. 리바운드의 열세를 만회하려면 우리 턴오버를 줄이고, 상대 턴오버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정 감독은 이 날 연습 경기에서 매치업프레스를 집중적으로 연습시켰다. 앞 선부터 2명-1명-2명의 선수가 압박을 가하는 매치업프레스는 맨투맨프레스와 달리 지역방어 개념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앞 선에서 한 번 뚫려도 쉽게 점수를 허용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정 감독은 “2가지 프레스 이외에 2-3 지역방어를 활용할 생각”이라면서 “2-3 지역방어는 가운데로 공이 투입되면 쉽게 무너지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대비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 시드니의 아쉬움 씻는다 대표팀(세계랭킹 7위)은 호주(2위), 러시아(3위), 벨로루시(30위), 라트비아(26위), 브라질(4위) 등 5개팀과 A조에 속해있다. 호주대표팀에는 삼성생명에서 용병으로 뛰었던 로렌 잭슨도 포함돼 있다. B조에는 세계최강 미국(1위)와 ‘3명의 심판과 함께 8명이 싸운다’는 중국(10위)이 버티고 있다. 4강을 노리기 위해서는 조 2위를 해 미국과 중국을 피해야 한다. 시드니올림픽에서 4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조별리그에서 3승을 챙겨 8강전에서 비교적 손쉬운 프랑스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정선민은 “사실 시드니올림픽에서도 목표는 8강이었다”면서 “그 때처럼 러시아를 잡지 말란 법이 없다”고 했다. 대표팀은 시드니올림픽에서 1승2패로 8강 진출이 불투명했지만 러시아를 75-73으로 꺾으며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종료 20초전 결승골을 넣었던 주인공은 이종애. 이종애는 “3·4위전에서 브라질과의 연장접전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대표팀은 연장전에서 정은순·정선민·전주원이 연속 5반칙 퇴장 당하며 분루를 삼켰다. 정선민은 “그 때의 한(恨)을 꼭 털어내겠다”며 눈망울을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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