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안주안(중국)은 흔들림이 없었다.
비록 4년 전 한국과의 악연과 관중들의 비신사적인 행위가 있었지만 경기력만은 박수를 보낼 만 했다. 비가 오는 가운데 치러진 주현정(26·현대모비스)의 8강전. 대한양궁협회 서거원(인천계양구청 감독)전무는 “날씨가 좋지 않으면 오히려 우리 선수들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오조준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한국선수들은 대기의 움직임을 빠르게 파악하고 ‘0점’을 잡는다. 하지만 도리어 주현정이 2번이나 6점을 쏘며 무너졌다.
결승전에서는 박성현(25·전북도청)의 전매특허인 승부사기질까지 엿보였다. 82-81로 앞선 4엔드 첫 발. 박성현은 10점을 꽂으며 장주안주안을 압박했다. 9점을 쏘더라도 동점이 되는 상황.
하지만 장주안주안은 침착하게 10점을 쏘며 흐름을 끊었다. 이제 부담감을 갖는 쪽은 박성현이었다. 박성현은 8점으로 추격의 교두보를 마련하는데 실패했다. 항상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미끄러졌던 중국이었지만 이번에는 반대였다. 결국 한국이 자랑하는 3인의 신궁은 모두 장주안주안에게 덜미를 잡혔다.
장주안주안은 “금메달은 내 노력 뿐만 아니라 모든 중국인이 노력한 결과”라며 “특히 오늘 경기장에서 응원해준 중국 관중들로부터 큰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베이징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