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한국변칙기용이해안돼”비난하던미국팀…졌네

입력 2008-08-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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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the heck!’ 미국인들이 구어체로 사용하는 다소 저속한 표현으로 “저게 도대체 뭐하는거야!”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7시간 딜레이 중계방송된 베이징 올림픽야구 한국-미국전에서 NBC 방송의 캐스터와 조 마그레인 해설자의 반응이 이랬다. 그들의 눈에 기이한 장면은 두차례 벌어졌다. 한국의 김경문 감독은 3-2로 앞선 5회 무사 1,2루서 선발 봉중근이 존 갈을 삼진으로 잡은 뒤 곧바로 언더핸드스로 정대현으로 교체했다. 에릭 콜린스 캐스터는 “아니 삼진을 잡았는데 교체하다니…”라며 뜨악해 했다. 미국 야구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4.1이닝 3실점이면 내용상으로는 호투라고 할 수 없지만 단기전에 미국전임을 감안하면 봉중근은 빼어난 피칭을 했다. 그런데 삼진을 잡은 뒤 교체에 이해가 안되는 듯했다. 그러자 마그레인 해설자가 “한국은 선발진이 취약해 다음 경기에 일찍 봉중근을 내세우려고 그러는 것 같다”고 맞장구쳤다. 마그레인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캘리포니아 에인절스 등 메이저리그에서 8년을 뛴 투수 출신이다. 두번째 장면은 6-7로 뒤진 9회에 벌어졌다. 1사 3루서 김 감독은 고영민이 원스트라이크를 당하자 대타로 이택근을 투입했다. 이 역시 미국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캐스터가 “매우 이상하다(It's weird situation.)”며 또 한번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한국의 8-7 역전승이었다. 한국은 올림픽에서 미국에 감격의 첫 승리를 거뒀다. 이미 베이징으로 떠나기 전 김경문 감독은 “투수를 변칙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투수에 그치지 않고 타자마저 변칙으로 대타를 기용한 셈이 됐다. 미국은 선수층이 두껍다. 단기전 성격의 올림픽,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도 선발투수를 페넌트레이스처럼 운용한다. 미국 야구에서 원스트라이크 이후 대타 기용은 좀처럼 없다. 김 감독이 본능적인 감각으로 고영민을 빼고 이택근을 기용했겠지만 미국 캐스터와 해설자의 눈에는 이상하게 비칠 수밖에 없다. LA=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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