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은금빛연기…“피는못속여”

입력 2008-08-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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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티아,기계체조개인종합우승·아버지‘美체조영웅’리우킨과포옹
나스티아 리우킨(19·미국)은 분홍색 체조복을 입고 있었다. 총 24명의 개인종합 출전자 가운데 눈에 띄게 길고 날렵한 몸매였다. 그의 마루운동 연기는 우아하고, 아름답고, 또 역동적이었다. 매트 한 구석에서 힘차게 도움닫기를 한 그는 허공으로 뛰어올라 뒤로 세 바퀴를 돌았다. 착지는 깔끔했다. 음악이 멈추고 마무리 동작을 마친 소녀의 얼굴에는 만족스런 미소가 번졌다. 초조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담당 코치도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코치의 이름은 발레리 리우킨이었다. 20년 전 서울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왕년의 ‘전설’이자 뒤로 세 바퀴 회전하는 공중제비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주인공. 그리고 그는 이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나스티아의 아버지였다. 나스티아는 우승이 확정되자 아버지를 향해 달려갔다. 이미 눈물이 맺힌 아버지는 얼굴이 빨개지도록 딸을 힘껏 껴안았다. ‘금메달 부녀’의 감격어린 포옹이었다. 리우킨은 15일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개인종합 결선에서 4종목(마루-도마-이단평행봉-평균대) 합계 63.325점을 얻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업고 승승장구하던 중국 체조의 기세는 한 풀 꺾였고, 미국은 여자 개인종합 2연패에 성공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리우킨은 미국의 체조 에이스로 우뚝 섰다. 사실 리우킨은 구 소련 시절의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카자흐스탄 출신인 아버지 발레리는 1988년 서울에서 구 소련 소속으로 단체전·철봉 금메달, 개인종합·평행봉 은메달을 땄다. 아버지만큼 화려하진 않았지만 어머니인 안나 리우킨도 유명했다. 1987년 리듬체조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였다. 이 부부는 1989년 딸을 데리고 미국 텍사스로 건너갔고, 딸은 세 살 때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는 체조학교에서 뛰어놀았다. 운동선수의 고충을 아는 부모는 체조선수가 되겠다는 딸을 말렸다. 하지만 딸에게 남다른 유전자를 물려준 건 바로 그들이었다. 결국 딸은 그렇게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광을 이어갔다. 리우킨은 평균대와 이단평행봉에서 또다시 금메달에 도전한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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