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우리’뺀히어로즈…네이밍마케팅한계 

입력 2008-08-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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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제8구단으로 창단,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세계 어느나라 프로야구도 시도하지 않은 네이밍마케팅을 통해 구단을 운영하기로 하면서 메인 스폰서로 우리담배(주)를 끌어들었다. 그러나 팀명을 ‘우리 히어로즈’로 정해 시즌을 출발했지만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팀명을 교체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벌이고 있다.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는 후반기가 시작된 26일 목동 삼성전부터 새롭게 교체한 유니폼을 입도록 했다. 가슴에 후원사인 ‘WOORI’를 큼지막하게 새겨 넣었던 기존 유니폼에서 ‘WOORI’를 빼고 ‘히어로즈(Heroes)’의 영문 이니셜인 ‘h’를 왼쪽 가슴에 부착했다. 구단 관계자는 “메인 스폰서인 우리담배측이 ‘우리’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해 팀명도 히어로즈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날부터 구단의 각종 보도자료와 공식문서 등에는 기존의 ‘우리 히어로즈’가 아닌 ‘히어로즈’로만 표기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팀명을 ‘우리 히어로즈’에서 ‘히어로즈’로 바꾸기로 했다”고 보도했지만 정확히 보면 그렇지 않다. 팀명교체는 회원사(구단)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공식문서로 제출해야 인정된다. 물론 KBO는 회원사가 공식문서로 팀명교체를 요구하면 바꿔주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아직 KBO에는 공식문서가 전달되지 않았고, 구두상으로도 팀명교체 요구를 하지 않은 시점이어서 아직은 공식적으로 ‘우리 히어로즈’로 보는 게 정확하다. 히어로즈 구단 관계자도 이같은 사실을 안 뒤 “아직 법인명도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로 유지되고 있다. 앞으로 법인명을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으로 바꾸면서 KBO에 팀명교체를 요구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앞서 말한대로 팀명교체는 회원사의 자유다. 과거 같은 구단이지만 ‘OB’에서 ‘두산’으로 바뀐 것이나 ‘기아’가 ‘KIA’로 바뀐 전례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단순히 볼 문제가 아니다. 스폰서가 바뀔 때마다 팀명이 수시로 바뀌는 것은 프로야구 전체의 이익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당장 KBO의 각종 문서와 모든 전산시스템의 프로그램을 수정해야한다. 또한 다른 구단과 각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하다못해 다른 구단의 입장권도 새로 만들어야한다. 팀명 교체는 단순하게 이름 하나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도 시즌 도중이라면 더욱 혼란을 가중시킨다. 더 큰 문제는 ‘우리 히어로즈’가 ‘히어로즈’로 바꾼 뒤 또다른 스폰서 업체를 구하면 몇 개월 만에 또 팀명이 바뀔지 모른다는 점이다. 프로야구 역사가 깊고 상업화가 고착된 미국이나 일본프로야구에서도 네이밍마케팅을 통해 팀명을 정하지 않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봐야한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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