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갈매기함성’거인을춤추게하다

입력 2008-10-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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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롯데담당기자가느끼는PS
2004년 초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전지훈련 때로 기억합니다. 호텔 숙소에서 만난 롯데 한 간판 선수는 심한 자괴감에 빠져있었습니다. “내가, 우리 힘이 이것 밖에 안되는데…. 올 시즌에도 힘들지 않겠느냐”는 게 그의 말이었습니다. 자이언츠를 대표하는 그 선수의 무기력함에 사실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2000년 준플레이오프를 마지막으로 2001년부터 롯데는 그야말로 ‘고난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8-8-8-8-5-7-7’이라는 페넌트레이스 순위가 말해주듯 롯데는 정말 힘겨운 시간을 보냈죠. 2004년 초는 그 어려움이 정점에 있었을 때였습니다. 팀을 상징하는 간판선수의 마음가짐이 그럴 정도로…. 그러나 양상문 감독(현 LG 투수코치) 부임 첫해였던 2004시즌부터 롯데는 조금씩 힘이 붙어갔습니다. 비록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지만 바닥까지 떨어졌던 롯데의 힘과 자존심은 조금씩 살아났고, 급기야 올해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함께 활짝 꽃을 피웠습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만난 롯데 선수들에게 수년전 느꼈던 ‘무기력함’이란 단어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손민한은 “우린 꼭 플레이오프, 아니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우승할 것이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팬들을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롯데 선수들은 항상 팬을 염두에 둡니다. 팬 성원과 열성이 남다른 만큼, 그들을 위해 ‘그라운드에서 죽겠다’는 각오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선수들 자신감의 밑바탕에는 ‘믿는 구석’인 팬들의 사랑이 깔려있고, 팬에 대한 자부심은 더 큰 자신감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2004년부터 이듬해까지, 2년 동안 롯데를 담당한 제게도 롯데는 특별한 구단입니다. 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사직구장의 열성적인 팬들에 대한 기억 때문입니다. 매년 시즌 초반 반짝하다 롯데의 성적과 함께 시들었던 부산팬들의 열기는 올해 롯데의 비상과 함께 활화산처럼 폭발했습니다. ‘팬을 위해서’라는 손민한의 다짐이, ‘문학까지 원정을 가겠다’는 부산팬들의 바람이 결실을 맺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결과에 상관없이 올시즌 롯데는, 롯데 팬들은 박수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마음 속으로 롯데의, 롯데 팬들의 ‘보다 알찬 가을’을 응원하렵니다. 사직 |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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