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김의MLB수다]배불뚝이빅리거운동철학

입력 2008-10-19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땀날라!훈련도‘쉬엄쉬엄’
“어라, 생각보다 덩치가 있네!” 메이저리거를 TV에서 보다가 실제로 맞부딪쳤을 때 첫 반응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체격이 사람을 압도하고 있다는 바로 그 부분. 최희섭이나 라이언 하워드 같은 선수들은 TV 화면 자체에서도 커보이지만 다른 선수들의 경우 직접 보면 피부에 와닿는 체감의 폭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TV에선 평범하게 보였던 매니 라미레스를 직접 만났을 때 첫인상이 바로 그랬습니다. 예상 외로 큰 키와 체격. 하지만 메이저리거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가장 놀란 점이 있다면 바로 그들의 아주 적은 운동량이었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미국에 온 선수들에게 이 문화적인 차이는 충격입니다. 예를 들어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는 오후 1시면 마무리가 되고 나머지는 자유시간입니다. 간혹 혼자 러닝을 하거나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선수들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골프장을 찾거나 쇼핑몰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게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이 점에서 한국의 스프링캠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만약 한국의 어느 팀이 어느 날 갑자기 메이저리그 방식을 도입한다고 상상하면 어떨 결과가 나올까요. 혹시 갑자기 주어진 자유시간에 당황해서 이 시간을 어떻게 쓸지 고민? 포수로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마이크 피아자같은 경우엔 한번도 운동하는 것을 본적이 없습니다. 야구장에서 하는 배팅 훈련을 빼고는 말이죠. 그리고 때론 경기시작 1시간 전에서야 나타날 정도로 경기외엔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기 어렵답니다. 한동안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에이스 활약했던 제임스 볼드윈같은 경우엔 배가 볼록 튀어나와서 도저히 프로 선수라고 믿기 힘든 몸매로 유명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재응이나 김병현의 운동량이 자꾸 화제가 될 수밖에요. 그들을 지켜본 트레이너는 운동량이 너무 많고 한편으로는 위험하다고 말리는 것을 자주 봐왔습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경기에 사용해야한다는 주장이었지만 두 선수의 운동량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습니다. 동양선수와 서양선수가 비슷한 체격이라도 근육이 다르다는 것이 그들의 믿음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타고난 체력이 좋고 근육이 월등한 서양선수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운동량을 늘리는 것밖에 없다는 일종의 생존 노하우였던 셈이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는 팀의 선수들은 마지막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각자의 고향으로 떠납니다. 한국처럼 마무리 훈련이란 것은 당연히 없는데 한마디로 쉬는 것과 재충전하는 것도 운동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게 미국 트레이닝 철학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메이저리거들은 게으른 것일까요? 어떤 각도로 보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겠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동양적인 운동방식과 180도 다르다는 것입니다. 많은 운동량을 통해서 정신력과 체력을 강하게 키우는 것이 한국식이라면 메이저리그에선 에너지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정신적으로 쉬며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니얼 김 스포츠동아 Special Contributer OB 베어스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어릴 적 부터 야구에 미쳤다.뉴욕 메츠 직원을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 에이전트코디네 이터로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