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을말하다]두산박용민고문, OB의추억

입력 2008-11-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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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때‘열심히하겠다’한마디가끝이야…정말무뚝뚝해
김성근 감독 추억담을 들려달라고? 생각나는 게 없는데…. 음, (재일교포여서) 발음이 나빴어요. 못 알아듣기도 했고. 그래도 사람은 진국이지. 야구 공부만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보기에 대한민국에서 본받을 스포츠맨이에요. 그 양반이 모양내는 야구는 안 돼도 이기는 야구는 최고야. 지금과 비교해달라고? 바뀐 게 없는 거 같은데…. 감정표현을 안 하는 성격이에요. 재미없었지. 연줄도 없는 재일교포를 어떻게 OB 창단 멤버로 영입했냐면 지금은 돌아가신 분들인데 ‘신일고의 김 감독을 써보라’고 추천을 하더라고. 바로 만나봤지. 면접을 봤더니 무뚝뚝한 게 ‘열심히 하겠다’ 한마디만 하는 거야. 조건도 안 불러. 첫 인상이라, 야구 선수들 통솔은 할 것 같더라고. 당시 창단 원년이었는데 구단 안에 야구를 아는 사람이 있나? 나부터 글러브 한 번 껴본 적 없는 사람이었는데. 처음부터 믿었지. 야구는. 내가 OB-두산 단장-사장을 10년 했소. 내가 1982년 1월15일 프로야구 첫 번째로 프로야구단을 만들었어, 첫 번째로 2군을 만들었고, 첫 번째로 어린이 회원을 모집했고, 첫 번째로 실내야구장과 옥외야구장을 지었어. 그 10년 동안 두산 경기는 다 쫓아다녔소. 나도 야구 배우고 싶어서 (김 감독을) 자주 불러서 물어보고 그랬지. 그런데 안 좋아 하시는 것 같아. 얘기는 해주는데 귀찮아 죽겠단 눈치야. 그래도 코치-감독 포함해서 7년간(1982-83년 코치, 84-88년 감독) 같이 있었어도 의견충돌은 없었어. 들어보니까 구단에 불만 생기면 밑에 사람들하곤 많이 싸운 모양이던데 나하곤 싸운 기억이 없네. 5년 계약 다 채워주고 이 양반이 ‘쉬고 싶다’고 하기에 받아줬지. 그 후에 태평양 감독으로 가던데 ‘돈 벌어야했겠지’라고 생각했어. 서로 안 좋은 감정 없이 헤어졌지. 지금도 가끔 만나. 적장으로 만나니 감회가 어떠냐고? 솔직히 두산이랑 한국시리즈에서 붙었을 때 ‘저 양반은 못 당할 거야’란 생각이 들었어.(웃음) 아, 물론 우리 김경문 감독이 언젠간 이기겠지만 김성근 감독은 지금이 전성기 같아. 67세에 웬 전성기냐고? 아니지, 그 직업은 머리로 하는 건데. 70세까지도 문제없어요.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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