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MVP김광현,아직50%밖에안큰‘아기龍’

입력 2008-11-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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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MVP 순금 트로피를 집에 가져가려 했다. 만에 하나 어린 아들이 잃어버릴까봐서다. 그러나 아들은 트로피를 직접 케이스에 집어넣더니 거부했다. “아직 안 돼요. 감독님 보여드려야 된단 말이야.” SK 김광현(20)이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08시즌 MVP 투표에서 총 94표 중 51표를 획득, 27표의 두산 김현수를 제치고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SK 창단 첫 MVP 배출이자 김성근 감독의 야구 인생에서 첫 MVP 제자다. 2006년 SK 입단식장에서 “LG 이상훈 선배처럼 되고 싶다”던 당돌한 포부를 밝혔던 소년은 채 2년도 안 돼 이상훈조차 이루지 못한 정상을 정복했다. ○제자가 스승에게 MVP 확정 직후 김광현은 “어제 감독님이 불러서 선물로 주신 넥타이를 하고 나왔다. 주시면서 ‘너, 이제부터 나한테 멱살 잡힌 거다’라고 하셨다. (SK 감독에 계신 한) 감독님을 도와드리고 싶다”라고 토로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후 김 감독과 함께 우승사례를 다닐 때 ‘새로 맞춘 양복과 넥타이가 안 어울린다’란 주위 지적을 흘려듣지 않은 김 감독의 배려였다. 김광현은 “작년에 신인왕이 안 돼 자책과 실망감이 컸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고 했다. 오늘의 그를 있게 해준 김 감독을 위해 던지겠다고 맹세한 김광현은 김 감독 필생의 꿈인 아시아시리즈 챔피언을 위한 최대 관문인 일본전(13일) 선발로 이미 통보받았다. 김광현은 “결승전(16일)도 (어떤 식으로든) 던질 것 같다”고 말했다. ○스승이 제자에게 김광현의 MVP 수상 소감을 전하자 김 감독은 소리 내 웃었다. “광현이가 바로 전화를 했다. 그런 거 보면 인간적으로도 감사할 줄 알게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꼭 1년 전 이맘때 김 감독은 우승 인터뷰를 하며 “내년부터 광현이가 최고투수가 될 것”이라 예견한 바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완성된 김광현을 100이라 치면 지금은 50밖에 안 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시련이 닥칠 것이다. 그러나 광현이는 이제 시작이니 셀프컨트롤만 잘 되면 우리나라를 대표할 투수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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